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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진태현은 이설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설아는 크게 당황하며 어이없다는 듯이 진태현을 바라보았다. “미쳤어요?” 진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려운 일인가?” 이설아는 손을 내 저으며 무서워서 몸을 움츠렸다. “야만인이에요!” 진태현은 자신만만해 하며 활을 만졌다. “우리한테 활이 있잖아요? 설아 씨가 칼을 들고 있으면 쟤네들도 함부로 못 움직일 거예요.” 진태현은 말하면서 칼을 이설아한테 건넸다. “자요.” 이설아는 칼이 천근처럼 무거웠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나 사람 죽일 줄 몰라요.” 진태현은 마치 큰 힘을 전수해 주는 듯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수원지를 찾고 다른 야만인들의 공격을 피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요.” “칼로 공격하란 말이 아니에요. 그저 겁만 주고 야만인들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게만 하면 돼요!” 이설아가 망설이자 진태현은 눈알을 굴리더니 좋은 방법이 떠오른 듯 귓속말로 속삭였다. “성공하면 우리 한번 더 할래요?” 이설아는 이마를 찌푸리고 말했다. “날 뭘로 본 거예요? 내가 욕망이 넘치는 여자 같아요?” ‘그럼 아닌가?’ 진태현은 잠시 멍해져 속으로 생각했다. 이설아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고 두려운 게 없다는 자세로 말했다. “그래요. 해요. 나한테 약속한 걸 후회하지 마요. 내가 원하면 언제든 하는 거예요. 그때 가서 핑계 대고 없던 일로 하면 안 돼요.” 진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설아에게 쪼그려 앉아 칼을 잡으라고 손짓한 뒤, 조심스레 숲을 지나 쥐도 새도 모르게 두 야만인 옆으로 갔다. 진태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두 야만인의 전투력과 잔인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들이 늑대나 호랑이처럼 목숨 걸고 달려들어서 날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진태현은 크게 한숨 들이쉬고 하늘에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지켜주세요.”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화살을 활에 얹은 뒤 두 야만인 앞에 뛰여들어 화살촉으로 그들을 조준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 움직이지마.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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