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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진태현은 나무 꼬챙이를 단단히 박기 위해 집중하며 도끼로 두드리고 있을 때 갑자기 윤소정이 옆을 다가와 그는 깜짝 놀랐다. “왜 소리도 없이 걸어요?” 윤소정은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어요? 왜 그렇게 놀라요?” 진태현은 오히려 윤소정을 혼냈다. “뭘 잘했다고 큰 소리예요? 방금 머릿속에 온통 돼지고기 생각뿐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내 돼지를 쫓아버린 줄 알았어요.” 윤소정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방금 백지은 씨를 괴롭힌 건지 물었잖아요.” 진태현은 멍해졌다. ‘도대체 무슨 소리지?’ “내가 왜 백지은 씨를 괴롭혀요?” 윤소정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오면서 지은 씨가 고개를 숙이고 허둥지둥 걸어가는 걸 봤어요. 분명 태현 씨가 괴롭힌 거죠?” 진태현은 방금 백지은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봤지만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백지은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태현은 머리를 긁으며 생각을 해봐도 도저히 백지은이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덫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여자들의 마음은 정말 바닷속에 빠진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데 내가 백지은 씨가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알아요? 난 덫 만드느라 정신없어서 백지은 씨를 괴롭힐 겨를도 없었어요. 빨리 나무 꼬챙이나 건네줘요.” 윤소정은 진태현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말다툼하는 것은 더욱 싫었다. 요 며칠 진태현과 함께 지내면서 그녀는 진태현이 똑똑하진 않지만 항상 말다툼에서 자기를 이긴다는 걸 느꼈다. 한 시간을 더 일하고 나서야 덫은 드디어 완성되었다. 덫 위에 나뭇잎을 덮어 놓아 야생 멧돼지가 덫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 만약 멧돼지가 물을 마시러 온다면 덫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진태현은 하루 종일 일하고 나니 고단해서 바로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 날 그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덫을 확인하러 갔다. 그러나 덫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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