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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웅덩이로 간 진태현의 눈앞에는 기쁘기도 우울하기도 한 상황이 펼쳐졌다. 기쁜 것은 웅덩이에 아직 반쯤 물이 남아 있는 것이고 우울한 것은 물이 이미 반쯤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잎사귀는 결국 시멘트나 가림막이 아니어서 물의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속도로 물이 빠진다면 웅덩이의 물은 하루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다. 늘 침착한 윤소정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어때요? 내 말 맞죠? 태현 씨가 졌어요!” 진태현은 짜증이 치밀어 작은 돌을 주워 힘껏 웅덩이에 던졌고 물이 윤소정에게 튀었다. “이건 물 아니에요? 내가 졌다고 할 수는 없어요. 소정 씨가 진 거예요!” 윤소정은 진태현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밤새 반쯤 물이 줄어든 것은 내가 예측한 대로예요. 태현 씨의 웅덩이는 물을 저장할 수 없어요. 태현 씨가 진 거라고요!” 진태현은 눈을 크게 뜨며 무슨 여자가 고집이 이렇게 센지 답답했다. 윤소정처럼 고상한 여인도 고집불통인 면이 있다니. “우리가 내기한 건 오늘 아침 웅덩이에 물이 있느냐 없느냐였어요.” 윤소정은 웅덩이가 물을 저장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내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태현과 그녀는 의견 차이로 대치했다. 이 순간 진태현은 보증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혹시 윤소정이 본인의 키스를 피하려는 걸까 라고 생각하던 중 주원영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줘요!” 진태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소리가 나는 쪽을 급히 바라보니 주원영이 숲에서 달려 나오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태현 오빠! 도와줘요!” 주원영 뒤에는 동물로 보이는 형체가 따라오고 있었지만 덤불에 가려져 어떤 동물인지 제대로 보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덤불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그 동물은 놀랍도록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화살처럼 말이다. 그 광경에 진태현조차도 두 다리가 떨렸다. ‘치타? 악어? 비단뱀?’ 진태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급히 모두에게 지시했다. “소정 씨. 모두를 데리고 동굴로 들어가서 무기를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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