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이설아는 눈동자를 굴리며 진태현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만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고하늬가 그의 뜻을 알아챘을 줄 알고 또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늬 씨는 내 말 이해했어요?”
고하늬는 고개를 저으며 의문스러워했다.
“태현 씨 말이 너무 어려워요.”
진태현은 잠시 침묵한 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간단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다른 시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요.”
이설아와 고하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는지 커다란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다른 시공간이요? 태현 씨, 정말 영화 찍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태현 씨, 혹시 어디 아파요? 열이 나는 거 아니에요?”
진태현도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그녀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설아와 고하늬는 머리를 그다지 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서로 속이고 속이는 건 잘하는데 조금만 어려운 문제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사실 진태현도 그들이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단지 추측일 뿐이길 바랐다.
이설아와 고하늬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으니 진태현도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이 진실을 알면 절망감에 휩싸일 테니까 말이다.
어느 시공간에 있든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태현은 화제를 돌렸다.
“이 얘기는 그만하고 유령선에 쓸모 있는 물건이 있는지 찾아볼까요?”
조타실 뒤쪽에는 간이 주방이 있었다.
주방을 발견한 진태현은 눈을 반짝이며 흥분했다.
“저기 좀 봐요!”
진태현은 도자기 스토브에서 철제 냄비를 들어 올리더니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도 기뻐했다.
“이 냄비 하나로 음식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잖아요. 우리 여섯 명의 식사를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냄비는 녹슬어 붉은빛을 띠고 있었지만 깨끗이 씻으면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진태현은 냄비에 손잡이까지 있어 더욱 기뻐했다.
이설아와 고하늬도 그 냄비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보물을 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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