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이사라의 몸은 바닷물에 완전히 잠겼다. 파도가 계속 밀려오자 그녀는 물을 두 번이나 삼키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니야... 바란 난 거 아니야... 태현 씨, 제발 나 좀 구해줘! 제발!”
“곧 죽을 상황에서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겠다는 거야? 이사라, 넌 이미 내 인생을 망쳐놨어. 이젠 너에게 쩔쩔맬 이유 없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정말 손을 놓을 거야!”
진태현은 얼굴에 살기 띤 표정을 지으며 붉어진 눈으로 바닷물에 잠길 듯 말 듯 한 이사라를 노려보며 손을 놓으려 했다.
이사라는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외쳤다.
“진태현, 손 놓지 마! 나 아직 네 아내야.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나 사실 조진호랑 바람났어. 그 사람이 계속 이혼하라고 설득했어. 그러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어. 내... 내가 잘못했어. 태현 씨,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이사라의 말에 진태현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순간 굳어버렸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역시... 내가 의심했던 게 맞았어. 지난 한 달 동안 이사라가 계속 이혼을 요구했던 건 외도 때문이었어!’
진태현은 바보처럼 이사라를 위해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돈을 벌어 아파트와 차 대출을 갚으며 그녀의 어머니 병원비까지 다 부담했다. 하지만 이사라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했고 진태현이 아무리 잘해줘도 결국엔 다른 남자의 말 몇 마디에 흔들렸다.
진태현의 얼굴에는 짙은 증오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의 붉게 충혈된 눈 속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진태현이 손을 놓아버리자 이사라의 몸은 순식간에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파도가 얼굴을 계속해서 때리자 이사라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으며 진태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사라의 구원 요청을 들은 진태현의 마음에는 더 큰 증오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말 이사라가 이대로 바다에 잠겨 마땅한 벌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진태현은 갑자기 손을 뻗어 이사라의 손목을 붙잡고 힘껏 그녀를 철판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그렇게까지 냉정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단지 이 여자 때문에 남은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가치 없는 일이었다.
“콜록! 콜록!”
이사라는 철판 위에서 격렬하게 기침했다.
크루즈는 이미 반쯤 침몰했고 바다에 떠 있는 많은 사람이 물에 휩쓸려 바다로 빠져들었다. 많은 사람이 울부짖으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진태현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돌아가서 이혼하자.”
진태현은 물을 헤치며 바다에 떠 있는 사람들을 구하러 가려 했다. 하지만 거센 파도가 밀려와 철판이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큰 파도가 철판을 뒤엎었고, 진태현과 이사라도 바다에 빠졌다.
“우르릉!”
바닷물이 고막을 때렸다. 진태현은 숨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하지만 빛이 보이는 수면 위로 올라가려던 진태현은 서서히 힘이 빠졌다. 그는 바다에 떠서 위를 바라보며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평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억울해... 부모님, 정말 죄송해요...’
진태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바닷물이 밀려와 모래사장을 씻어내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콜록...”
진태현은 갑자기 많은 양의 바닷물을 뱉어내고 뜨거운 햇살이 그의 눈을 찔렀다. 그는 극심한 고통의 표정을 지었다.
“정말 운도 좋네! 이렇게 살아나다니!”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태현은 모래사장에 누워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젖은 옷을 입고 젖은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진태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그건 나도 몰라요.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는 얘기죠. 보아하니 무인도인 것 같아요.”
그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진태현은 온몸 곳곳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앞쪽 모래사장에 커다란 철판 한 조각이 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몇 명의 여자가 멀지 않은 곳의 모래사장에 앉아 그를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운이 좋았어요. 이 무인도가 크루즈가 침몰한 곳과 가까워서 파도에 밀려 이곳으로 오게 됐나 봐요. 그렇지 않았으면 다 죽었을 거예요.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 우리 몇 명만 살아남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아마 바다에 빠져 죽었나 봐요...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크루즈를 타고 해외여행 가지 않았을 거예요. 바다를 제대로 즐기려고 크루즈를 탔더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 여자는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
진태현은 멀리 크루즈에 부딪힌 거대한 암초를 바라보며 일어섰다. 가까이 가보니 이사라도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었고, 이사라는 진태현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진태현은 이사라를 무시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 여자잖아...’
“이제 어쩌죠? 크루즈가 침몰했는데... 구조대가 올까요?”
젊어 보이는 여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녀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긴장과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가 탔던 그 크루즈는 국내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이렇게 큰 사고가 일어났으니, 국가에서 당연히 신경 쓸 겁니다. 제 생각에는 구조대가 곧 출동해서 수색 구조를 시작할 거예요.”
“이 섬은 크루즈가 침몰한 해역에서 멀어요. 구조대가 가장 빨리 온다고 해도 이틀, 삼일, 아니면 사오일 걸릴 거예요.”
“지금 우리는 구조대가 언제 올지 걱정하는 것 외에도, 이 며칠을 어떻게 버틸지 생각해야 해요. 구조대가 올 때까지 말이죠.”
“여러분, 서로 통성명 해요. 저는 이설아라고 해요. 여행 크리에이터입니다.”
다섯 명이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진태현도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하지만 이사라와 다른 두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섬은 매우 커요. 그러니 현지 원주민이나 어부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섬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저쪽에 코코넛 나무가 많이 있으니, 원주민을 찾지 못하더라도 코코넛을 따서 물과 식량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진태현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그러자 이설아와 다른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런데 그때, 이사라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진태현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저는 그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바다에 있을 때, 그는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