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박민재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심장이 저릴 듯한 통증이 전해졌고 때마침 웨이터가 적절한 타이밍에 다가왔다.
“박 선생님, VIP석에 너무 오래 머무르셨습니다. 저를 따라 나와 주시겠습니까?”
꽉 쥐고 있던 박민재의 주먹이 마침내 풀렸다. 속에서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러나 절반쯤 가던 중 다시 멈춰 서더니 뒤돌아보았다.
이세빈과 그의 아내가 나란히 대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손을 맞잡고 있었다.
‘서우야, 넌 결국 햇빛 아래 설 수도 없는 존재야.’
박민재는 그렇게 생각하며 보기도 싫은 사진을 일부러 저장했다. 이후 강서우에게 보내 이세빈의 본모습을 똑똑히 보게 할 작정이었다.
앞쪽에서 이세빈이 먼저 강서우의 손을 천천히 놔주었다.
“연회에서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만났어.”
그 말속에는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세빈의 눈에는 오직 강서우만 담겨 있었다.
박민재가 매번 갈팡질팡할 때마다 강서우의 마음 역시 흔들렸다. 그리고 그게 너무나도 질투가 났다.
강서우는 이세빈의 마음을 완전히 읽을 수 없었지만 어차피 이번 연회도 시시하게 끝났으니 차라리 그와 함께 일찍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구경꾼들이 사라지면 배우들도 무대를 내려가야 하는 법.
그렇게 두 사람은 중간에 먼저 자리를 떴지만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실버 라인.
두 사람이 탄 차가 단지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연회를 떠난 이세빈은 곧장 이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도중에 내려서 비서를 시켜 강서우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
강서우 역시 화려한 드레스에서 벗어나 따뜻한 밤색 코트를 걸치고 집으로 향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가로등 아래 익숙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운전기사이자 비서인 문석천도 그들을 보았고 금세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사모님, 제가 같이 올라갈까요?”
‘유송아? 너무 위험한데.’
하지만 강서우는 손을 내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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