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이세빈이 왜 여기에...!’
임유연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그녀는 감히 반박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강서우 모친의 납골함이 사당에 들어가면 앞으로 강씨 가문 족보에 그녀가 설 자리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씨 가문 사람을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충격에 빠진 표정이었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강준하였다.
“아이고, 우리 사위가 왜 하필 지금 왔을까. 난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아무 준비도 못 했다면서 제 장모님 납골함이 사당에 들어가는 걸 막았습니까? 준비했으면 저까지 쫓아내셨겠네요?”
서늘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던 이세빈의 눈동자엔 냉기가 번뜩였다.
강준하는 얼굴이 잿빛이 되어 임유연을 밀쳤다.
“왜 길을 막아! 서우 엄마는 내 첫 아내야. 그 사람 납골함이 사당에 못 들어가면 당신 자리가 있을까 봐?”
화가 나 눈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임유연이 얼굴을 감싼 채 뛰쳐나갔다.
강준하는 이내 아첨하는 표정으로 바꾸며 서둘러 강서우에게 납골함을 안으로 들이라고 말했다.
강서우는 아버지의 실시간으로 달라진 표정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욱 씁쓸해졌다.
‘이런 사람이었구나...’
오랜 세월 엄마의 노고가 참 부질없어지는 순간이다.
살짝 속상한 마음이 드는데 어깨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가며 이세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알아봤는데 지금이 바로 길한 시간이에요. 얼른 어머님 납골함을 사당으로 모셔요.”
길한 시간, 어머니...
강서우는 천천히 그에게 떠밀려 사당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살짝 흐트러진 모습과 평소 깔끔한 양복이 조금 구겨져 있는 것을 보니 그녀를 위해 서둘러 달려온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와 똑같이 그녀의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이세빈 씨, 고마워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납골함을 들고 사당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납골함을 소중히 내려놓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이세빈이 안도하는데 문석천이 옆에서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회사 쪽에서 재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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