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할 일이 없었던 강서우는 흔쾌히 승낙했고, 동료는 고맙다는 듯 연신 허리를 숙이더니 그녀에게 시간과 장소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약속대로 호텔에 도착한 강서우는 화려한 로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 4천만짜리 작은 계약을 굳이 이런 고급 호텔로 와서 상의해야 하나?”
이상하다.
혹시 프로젝트는 거짓말이고 작고 형편없는 회사가 강성 그룹 직원을 매수하려 한 것은 아닐까.
의심에 가득 찬 그녀는 조심스럽게 VVIP 룸을 찾아 문을 열었다.
화려한 꽃가루가 쏟아지고 붉은 장미로 가득 찬 룸에서 박민재가 그녀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때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들어 올렸다.
“사랑아, 나랑 결혼해 줘!”
“결혼해!”
“결혼해!”
호텔 웨이터들과 박민재가 데려온 사람들이 뒤에서 힘차게 소리쳤지만 강서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는 한때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반지가 맞다.
박민재가 명성을 떨치기 전, 미래 그룹이 겨우 경매 티켓이나 구할 수 있을 때 그녀와 박민재는 가장 먼 구석에 앉아 깍지를 낀 채 경매 블록에 놓인 눈부신 프러포즈 반지를 눈여겨보았다.
그때 박민재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약속했다.
“나중에 꼭 제일 예쁜 핑크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선물해 줄게.”
당시 푹 빠져 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어깨에 기댄 채 조용히 구석에서 경매 현장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러다 그녀가 결혼반지를 받기 전 유송아의 목에 먼저 같은 컬렉션의 핑크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나타났다.
유송아는 그녀와 박민재 앞에서 한껏 수줍은 표정을 드러냈다.
“민재 씨, 난 이렇게 좋은 물건은 받을 자격이 없어요. 언니한테 줘요.”
“걘 다른 선물이 있어.”
박민재는 목걸이를 빼려는 유송아를 말렸다.
하지만 그때 박민재에게 선물로 받은 건 단지 이마 뽀뽀였다.
그렇다. 박민재에겐 그녀의 진심 따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지금 뒤늦게 눈앞에 내민 다이아몬드 반지처럼.
그녀가 복도로 물러서자 문이 그녀와 박민재를 가로 막고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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