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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네가 보기엔 한규진은 어떤 사람 같아?” 평소 강로이의 성격이라면 아주 떴떳하게 이렇게 말해야 했다. ‘내가 한규진을 어떻게 생각하던 당신과 뭔 상관이기에 당신에게 말해야 하는 거죠?’ 그러나 강로이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갑자기 진지하게 그 물음에 대답하고 싶어졌다. “규진이는 남들과 달라요. 마치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거 같고 그 차가운 분위기는 무더운 여름마저 시원하게 만들죠. 규진이는 시끄럽기만 한 남자들과는 달라요. 규진이는 공부할 때...” 임유나는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알아차렸다. 강로이는 한규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환상 속 한규진을 좋아하는 것이다. 한참 동안 주저리주저리 설명했지만 한규진과는 상관없고 오로지 분위기에 대한 얘기였다. 한편 임유나가 아무 말도 없자 강로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고1 때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규진이에게 핸드폰을 빌려 김 집사님에게 전화를 걸었었어요. 평소 규진이는 차가운 아이라 분명히 거절할 줄 알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내가 거기서 서성이는 걸 보고는 규진이가 일부러 제가 있는 쪽으로 온 거래요. 규진이는 평소 가지도 않는 길인데...” 그 일이 바로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계기가 되었다. 임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일인데 자신의 바보 같은 딸은 왜 의심하지 않았던 걸까? 핸드폰과 지갑은 이윤아의 수작이고 한규진이 호흡을 맞춘 것이다. 결국 임유나와 강로이는 한가지 약속을 했다. 강로이가 한규진 앞에서 빈털터리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그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하여 강로이는 자신이 강씨 가문의 친자식이 아니란 비밀을 알게 됐다고 한규진에게 거짓말했다. 게다가 아버지가 강씨 가문에서 17년 동안 풍족한 삶을 지내게 했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부터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여태 키워온 정이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무참히 끊어버리는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가 갖은 수단을 써 고의로 자신의 아이를 강씨 가문에 바꿔치기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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