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지난 15년 동안 도시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마어마했다.
임유나는 호기심 많은 아기처럼 모든 것이 궁금했다.
호기심이란 감정은 숨기기 어려워 눈빛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이 임유나는 숨기려는 생각조차 없었고 하얀 백지상태로 멍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것은 단지 비유일 뿐이다. 임유나 내뿜는 아우라와 분위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주변인들은 임유나가 순직한 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건 임유나와 함께 매장을 찾은 다른 손님들도 같은 생각이다.
특히 임유나 뒤에 있는 강시후를 보고 추측이 확신으로 변했다.
여자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모습을 보여야지 남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강시후는 언뜻 봐도 성공한 사업자의 포스다.
이때 화끈하게 입은 긴 생머리의 여자가 자신에게 관심 좀 가지라는 듯 보란 듯이 얼굴 라인을 드러냈다.
임유나가 순직한 척한다며 생각한 건 맞지만 저렇게 멋진 남자가 있다면 그녀 역시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윽한 눈매와 차분한 분위기, 자연스러운 행동에 묻어나는 우아함과 캐주얼한 옷차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탄탄한 몸매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옷을 아래로 내리자 어깨와 가슴이 훤히 드러났고 허리 라인을 잡아주는 디자인은 그녀의 몸매를 더욱 부각했다. 여자는 재빨리 치마 하나를 들고 피팅룸으로 갔다.
강시후의 옆을 지날 때는 의도적으로 발을 삐었고 동시에 그의 허리춤에 손이 스쳤다.
계획대로라면 강시후는 팔을 뻗어 부축할 것이고 쓰러지는척하며 품에 안기면 그의 손은 무조건 여자의 몸에 닿게 된다.
‘나한테 안 넘어오는 남자가 없지.’
계획은 완벽했으나 강시후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발목을 삐끗한 순간 강시후는 이미 몸을 피했고 여자는 소파에 쓰러졌다.
여자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을 때 이미 소파에 앉은 지 한참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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