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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온연은 갑자기 좌불안석이 되었다. 출장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또 돌아온 거야? 그녀는 조금 겁이 났다. 진몽요랑 스케이트장에 안 가길 잘했다. 자전거의 체인이 재수 없게 빠졌을 뿐… 그녀는 욕실로 걸음을 향했다. 샤워할 때 그녀의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오늘 밤 그는 틀림없이 그녀를 찾을 것이다. 욕실을 나와 거실을 지나는데 소파에 앉아있는 그림자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옅은 회색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가 양복을 입었을 때 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덜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랭했지만. "이리와."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반듯이 섰다. "돌아왔구나." "… 추워?" 왜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온 건지 추궁하려던 그의 말이 그녀 손의 상처에 쏙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했다. "조금요…근데 괜찮아요." 그녀는 그를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따뜻한 티를 태연하게 그녀에게 건넸다. "다음부터 일찍 들어와." 그녀는 그가 건넨 티를 받지 않았다. 왜 늦게 들어온 건지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도 내지 않았다. 그의 냉랭한 눈빛을 본 그녀는 황급히 티를 받아 꿀꺽 마셔 버렸다. 티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지만 너무 급하게 마셔서 그런지 혀끝이 조금 아려왔다. 그녀는 티가 담긴 컵이 그의 컵이라는 것을 다 마시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저…. 씻어서 드릴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컵을 손에 쥐고 주방으로 돌진했다. 목정침은 조금 심각해졌다. 그의 얇은 입술이 언짢은 듯 불쾌한 표정을 지어냈다. 내가 그렇게 무서운가? 온연은 컵을 꼼꼼히 씻고 또 씻었다. 유씨 아주머니가 수도꼭지를 닫으며 온연을 나무랐다."연아, 너 뭐해? 그러다 컵 닳겠다!" 아주머니의 말에 정신을 차린 온연은 조심스럽게 컵을 쥐었다. "아니요…. 갖다 드리고 올게요." "그래그래, 얼른 가봐. "유씨 아주머니가 그녀를 재촉했다. 그녀는 그에게 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녀가 썼던 컵을 그가 다시 쓸리는 없고… 그렇다고 안 가져다줄 수 없는 노릇이고…그의 증오 섞인 눈을 보는 게 그녀는 너무 두려웠다. 주방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오는 그녀를 보자 목정침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타이트한 하얀색 니트가 그녀의 몸을 더 가냘파 보이게 했다. 밥은 안 먹고 다니나? "티…티 더 드실 거예요? 컵 바꿔 드릴 까요?" 그의 앞에 서서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마디마디 또렷한 그의 손이 그녀에게서 컵을 뺏어 티를 한 잔 가득 따랐다. 그의 하얗고 아름다운 손과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손이 비교되었다. "앞으로 임집사가 너 데려다줄 거야. 우리 집안 망신 좀 시키지 마." 그의 말에 고마운 것도 잠시,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그냥 내가 창피했을 뿐이야. "조명 가리지 마." 그는 고개 숙여 잡지를 읽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온연은 고개를 들어 조명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조명은 천장에 있었다. 천장에 있는 조명을 내가 무슨 수로 막아? 내가 거슬린다는 뜻이겠지? "가라고 한적 없어." 말없이 발길을 돌리던 그녀를 그가 붙잡았다. 그녀는 다시 발길을 돌려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태연하게 그녀가 썼던 컵에 따른 티 한 모금 홀짝거렸다. 내가 썼던 컵을 쓰다니.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밤부터 위층에서 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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