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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장

그러나 통증이 계속되자 소만리는 갑자기 눈앞의 모든 것이 서서히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쓰러지려는 순간 그녀의 흐릿한 시야에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자신을 껴안았다. “모진, 모진...” 소만리는 끊임없이 기모진의 이름을 불렀다. 몽롱한 가운데 누군가가 그녀를 걱정하며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소만리, 깨어났니? 소만리.” 소만리는 눈을 번쩍 떴고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사화정의 모습을 보았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만리, 무사해서 다행이야.” 사화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여전히 가슴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멀쩡한 사람이 벌써 태기를 느낄 수가 있어? 엄마는 너 무슨 일 있을까 봐 걱정했잖아.” 소만리는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렸고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 기모진을 봤어요.” “뭐, 뭐?!” 사화정이 자신이 뭔가를 잘못 들은 줄 알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소만리, 너 기모진을 봤다는 말이야?” “응. 나 그 사람 봤어.”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따스한 온기가 돌았다. “그 사람 살아 있어. 엄마. 그 사람 살아 있다고. 날 떠나지 않았어.” 이 말을 할 때 소만리의 눈 속에 빛이 감돌았고 마음속에는 더욱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피어올랐다. 모진, 당신이 잘 있기만 한다면 나를 잊어버려도 돼요. 내가 당신을 꼭 기억하고 있을 거니까. 꼭. 소만리는 자신이 쓰러지기 전에 자신에게 달려온 검은 그림자가 기모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화정의 얘기를 듣고 나서야 그게 경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만리는 경연에게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 퇴원 후 그녀는 육경에게 기모진의 일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좌한이라는 사람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었다. 좌한은 마치 강연이 말한 것처럼 의사가 기모진의 얼굴을 따라 성형한 낯선 남자였다. 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기묵비도 그때 그녀에게 완벽하게 가짜 신분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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