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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장

”헛소리하는 게 아니에요.” 강연은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을 열어 기모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동영상은 얼마 전 소만리가 호텔 방에 기모진을 찾으러 들어온 것을 찍은 것이었다. 기모진은 동영상을 다 보고 동영상 속의 대화도 다 들은 후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동영상 속의 소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와 똑같은 옷차림을 한 낯선 남자를 기모진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기모진은 소만리가 당시 왜 그녀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고 더럽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동영상 속 이 남자는 분명히 그가 아니었다. 생김새도 전혀 달라 옷차림만이 비슷한 것만 빼면 조금도 이 남자가 기모진과 닮은 구석이 없는데 소만리는 정말로 이 남자를 기모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연, 당신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소만리가 이런 거야!” 기모진은 강연에게 물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사슬이 가슴을 옥죄는 것 같았다. 소만리가 그 남자를 기모진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녀가 얼마나 괴롭고 실망했을지 그는 상상할 수 있었다. 강연은 손에 들고 있던 핑크색 알약 한 봉지를 기모진의 손에 던졌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환각 약물이에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기모진은 손안에 있는 가늘고 긴 분홍색 알약을 보았고 주머니에서 그가 소만리를 위해 매일 지니고 다니는 약을 꺼내어 보았다. 완전히 똑같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무섭고 두려운 예감들이 떠다니기 시작했다. 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알약을 움켜쥐었다. 알고 보니 남사택이 준 약은 환각 작용이 있는 것이었다. 남사택. “잔인한 사실 한 가지 알려드리자면 남사택은 그냥 단순한 의사가 아니에요. 당신 아내는 남사택의 실험 대상일 뿐이에요.” 실험 대상! 이 네 글자를 소만리의 몸에 쓰다니. 기모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강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해 소만리가 남사택의 약을 먹고 무사히 아이를 낳았든 지금 태아를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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