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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장

한편 고승겸은 차를 몰고 자신의 경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비를 맞으며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이미 잠든 남연풍을 안고 거실로 들어왔다. 거실에 있던 여지경과 안나는 고승겸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남연풍을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풍이가 왜 이래?” 여지경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즉시 시중에게 지시했다. “어서 닥터 육을 불러.” 시중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돌아섰다. 안나는 옆에 서서 고승겸이 남연풍을 안고 황급히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고승겸의 뒤를 따라 여지경이 바싹 그들을 따라붙었다. 남연풍을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에 안나는 가슴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내 얼굴에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다. 그녀는 아까 남연풍이 비를 맞으며 달려가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온몸이 흠뻑 젖은 걸 보니 아마 오랫동안 빗속에 있었던 것 같았다. 지금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까지 더해져 남연풍은 뱃속의 아이를 지킬 여력이 없을 거라고 안나는 생각했다. 고승겸은 남연풍을 방으로 데리고 오자마자 깨끗한 옷을 꺼내 직접 갈아입혔다. 여지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연풍이가 비를 맞았다고? 얼마나? 자기가 임산부라는 걸 잊은 거야?” 임산부. 고승겸은 이 말이 귀에 아프게 박혔다. 아까 남연풍이 한 말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라 마음을 어지럽혔다. “고승겸, 처음부터 뱃속의 이 아이는 세상에 나올 운명이 아니었어.” 이 말이 고승겸의 귓가에 쟁쟁거렸고 그의 등골을 점점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닥터 육이 도착했다. 그는 남연풍에게 가장 기초적인 검사를 했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뱃속의 아이였다. 그러자 고승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남연풍의 몸이 왜 이런지 다 알아야겠어요!” 닥터 육은 고승겸의 뜻을 헤아리고 남연풍을 다시 검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사실 고승겸은 닥터 육이 아무리 남연풍을 검사해 보아도 원인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연풍의 몸에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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