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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장

안나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평소에 제멋대로 굴고 이런저런 소란을 피운 건 알지만 나도 정말 그렇게 무자비하고 냉혈한 사람은 아니야. 승겸, 가서 남연풍 위로해 줘. 아마 지금 심정이 말이 아닐 거야.” 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승겸은 이미 안나를 제쳐두고 남연풍에게 향하고 있었다. 고승겸은 거의 뼈대만 남은 집을 곁눈질로 힐끔 보다가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남연풍에게 다가가 몸을 숙인 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남연풍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고승겸은 멍하니 옆얼굴을 찡그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안나와 시중들 모두 깜짝 놀랐다. 고승겸이 누구인가. 산비아의 순수 황실 혈통을 지닌 존귀한 자작 공자가 아니던가. 지금까지 누가 감히 그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릴 수 있었는가? 휠체어를 탄 이 여자가 감히 고승겸의 얼굴에 손찌검을 하다니. 고승겸의 얼굴은 때리기는커녕 건드리기만 해도 큰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연풍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마음을 먹고 생각이 선 순간 더 이상 고승겸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고 자존심 없는 장기판의 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남연풍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승겸의 얼굴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당신이 내 동생과 초요를 죽였어. 고승겸, 이 원한 내가 제대로 갚아주겠어!” 남연풍은 이를 악물고 통탄해하며 자신의 결심을 말했다. 고승겸은 얼굴을 돌려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남연풍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들의 죽음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남연풍, 너무 슬퍼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당신과 상관이 없다고? 고승겸, 낯짝이 이렇게 두꺼운 사람이었어? 당신이 남사택과 초요를 이곳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그들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 당신이 그들을 이 작은 곳에 가둬 놓았기 때문에 그들이 이 불바다에 묻힌 거잖아?” “...” 남연풍의 울분 섞인 질문에 고승겸은 순간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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