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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장

남연풍은 고승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고승겸의 최면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의 감정을 끌어당겨 자신의 영지로 끌어들여 상대방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고승겸은 남연풍의 눈빛이 움츠러드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꼬리를 잡아당겼고 바다처럼 깊고 그윽한 눈동자를 들어 남연풍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남연풍, 거짓말이 아니라면 지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 고승겸의 말투는 순식간에 살랑이는 봄바람으로 바뀌어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에 떨어졌다. 그 포근한 느낌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점차 최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자신에게 최면을 걸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얼굴을 돌려 그의 눈을 피하려고 했으나 재빠른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남연풍, 날 봐.” 고승겸은 온기를 품은 숨결을 몰아쉬며 남연풍의 얼굴을 그의 숨결로 덮었다. 그 순간 남연풍의 눈빛이 갑자기 졸린 듯 가물가물해졌고 초점을 잃은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게 고승겸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승겸은 남연풍이 이미 얕은 최면에 들어갔다는 걸을 알아보았고 이 정도 최면으로도 충분히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고승겸은 망설여졌다. 고승겸이 물어보았을 때 만약 ‘그렇다'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승겸의 마음속에는 남연풍이 훼손된 외모와 다리의 장애 때문에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는 것일 뿐 사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환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니다. 답은 틀림없이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과 같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외모와 장애 때문에 그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고 있는 것뿐이다. 고승겸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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