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4장
기모진은 어디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남자, 의사라고 했다.
기모진은 다시 병실로 돌아왔고 소만리는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초췌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모진은 말없이 가벼운 탄식을 내뱉었고 한없이 스스로를 자책했다.
소만리, 만약 내가 당신한테 그런 악몽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독소가 발작했더라도 이렇게까지 괴롭진 않았을 텐데.
당신이 느끼는 고통의 근원은 나야. 내가 당신한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거야.
기모진은 머리를 숙이고 소만리의 눈썹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소만리의 외투 주머니를 뒤적거려 보았지만 역시 해독제는 찾을 수 없었다.
강자풍의 반응을 생각해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 해독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기모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병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방.
소만리의 가방과 핸드폰이 없었다.
그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강자풍에게 전화를 걸으면서 강자풍이 떠난 방향으로 쫓아갔다.
그러나 강자풍은 기모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끊은 뒤 다시 기모진의 번호를 차단시켜 버렸다.
기모진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하는 강자풍의 행동이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강자풍이 어디서 이런 행동을 배운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참 씁쓸했다.
기모진은 하는 수 없이 강자풍이 떠난 쪽으로 계속 쫓아갔다.
기모진이 막 병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강자풍이 차를 몰고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강자풍!”
강자풍도 기모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백미러만 덤덤히 쳐다볼 뿐 오히려 액셀을 밝으며 속도를 냈다.
기모진은 어쩔 수 없이 강자풍을 쫓는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병실에 혼자 남게 된 소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급히 병실로 돌아와 소만리가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잠이 든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자코 그녀의 곁을 지켰다.
기모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강자풍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내었고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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