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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장

강자풍의 놀란 모습을 보고 기여온은 눈을 내리깔고 강자풍의 시선을 피하며 허공에 들려 있던 모자를 집어 들어 살며시 썼다. 강자풍이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여온아.”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고 그의 진지한 눈이 빛을 잃은 듯 시무룩해진 기여온의 눈을 에워쌌다. “여온아, 오빠랑 같이 갈래?” 강자풍은 다정하게 물었다. 어조는 다정했지만 말속에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소만리가 돌아올까 봐 걱정되었다. 기여온은 강자풍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이며 강자풍을 바라보았다. “여온아, 오빠는 여온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거야. 여온이가 병이 나으면 예전처럼 말도 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강자풍의 말귀를 어렴풋이 알아듣는 듯 기여온의 수정 같은 눈이 반짝거렸고 기여온의 입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것은 기여온이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강자풍은 기여온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기여온은 엄마 아빠랑 함께 있기를 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기여온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 “여온아, 오빠는 여온이의 엄마 아빠처럼 영원히 여온이를 사랑하고 돌봐줄 거야. 오빠 믿어.” “오빠 믿어.” 강자풍은 굳게 약속했고 갑자기 두 팔을 벌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기여온을 번쩍 안아 올렸다. 기여온은 어렸지만 강자풍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기여온은 이 오빠가 자신에게 아주 호의적이었고 괴롭힌 적도 없으며 때때로 나타나 자신을 보호해 주기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기여온으로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없었다. 소만리는 의사의 진료실을 나오면서 의심스러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의사는 소만리에게 자신은 기여온의 보호자를 찾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여온의 병세는 현재 호전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악화되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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