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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장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대답하는 고승겸이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소만리는 추측했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만리는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유리잔 바닥에 남은 액체에 잠시 시선을 고정시켰다. “고승겸, 그럼 이제 수속 진행할 수 있겠지?” 고승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 변호사 같은 그 남자는 서류 두 통을 소만리 앞으로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전 겸 도련님 대표 변호사입니다. 이건 겸 도련님과의 파혼 서류예요. 내용을 읽어보시고 문제가 없으면 서명해 주세요.” 소만리는 서류를 받아들고 차근차근 서류의 글자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예전에 고승겸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에게 홀딱 속은 그녀였다. 이번에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한 문장 한 문장 세심하고 꼼꼼히 살펴본 후 소만리는 고승겸이 이미 서명한 옆자리에 자신도 서명했다. 서명을 마친 후에야 소만리는 마음속에 바윗덩어리가 내려앉는 듯했다. 얼떨결에 다른 남자와 명목상의 부부라는 이름을 가진 후 겪은 황당하고 힘든 고초를 생각하면 정말 소만리는 이 순간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나와 고승겸 사이에 더 이상 부부라는 이름은 없는 거죠,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이 합의는 방금 서명하신 후에 이미 효력이 발생했고 당신과 겸 도련님은 더 이상 부부가 아닙니다.” 옆에 있던 변호사가 명쾌하게 설명했다. 소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혼자 먼저 식사를 시작한 고승겸을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비록 방금 내 태도가 좀 불쾌하게 느껴졌겠지만 당신이 바다에서 날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식사를 하던 고승겸의 동작이 잠시 멈칫하며 소만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별말씀을.” 고승겸의 대답을 듣고 소만리도 더 오래 머물지 않고 망설임 없이 그 자리를 일어나 떠났다. 고승겸도 지체 없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말했다. “빨리 절차를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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