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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장

”모진,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런 거야?” “지금은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 밤 고승겸을 만난 후 바로 이곳을 떠나야겠어.” “그래, 그게 좋겠어.” 소만리는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기모진의 손이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워져 있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모진, 뭐가 두려운 거야? 아니면 그 독소들이 또 발작을 일으켜 당신을 괴롭히는 거야? 소만리는 저녁 7시 고승겸과의 약속 시간이 되도록 떨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가슴을 졸였다. 그때 여지경에서 전화가 왔다. 고승겸이 이미 호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소만리에게 나가서 만나라고 일렀다. 그러나 여지경은 한 마디 더 덧붙여 주의를 주었다. “승겸이가 너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남편한테는 다른 곳에서 기다리라고 해. 같이 식당에 들어가지 말고. 혹시라도 승겸이 기분을 건드렸다가 번복이라도 하면 안 되잖아.” 소만리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흔쾌히 응했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걱정되긴 했지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만리가 혼자 식당으로 떠난 후 기모진도 식당 밖까지 따라갔지만 입구에 다가서기도 전에 고승겸의 경호원들이 식당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기모진은 그저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소만리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안쪽에는 고승겸이 식당에서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승겸은 자작공자답게 겸손하고 단정한 옷매무새로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옥처럼 매끄럽고 따뜻해 보이는 그의 겉가죽 아래에는 누구보다 차가운 면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기모진은 알아볼 수 있었다. 고승겸의 옆에는 점잖은 안경을 쓴 변호사가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 기모진은 고승겸이 오늘 이 식당 한 층을 통째로 예약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파혼을 위해 식당을 통째로 예약하다니? 분명 그는 파혼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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