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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장

고승겸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고 여지경은 그런 고승겸을 바라보다 소파에 앉았다. “정말 소만리를 속여서 혼인신고를 했니? 처음부터 소만리를 이용해 안나를 떼어내고 가짜 커플 행세를 하게 했다는 거 사실이야?” “약혼했을 때 맺었던 서약서는 단순한 형식이라고 속여서 혼인서에도 서명하게 한 거 맞지?” 그는 침묵했다. 여지경에게 그보다 더 확실한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지경은 고민스러웠다. “승겸아, 넌 여태껏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했고 이런 비겁한 행동은 조금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번에는...” “한 가지 목표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교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죠.” “하지만 난 그것이 기교라고 생각되지 않는구나.” 여지경은 아주 논리적으로 바로잡았다. “그것은 이용이야. 모함이고, 심지어 파괴이기도 하지. 넌 소만리를 파괴하려 했어.” “하지만 내가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바다에서 죽었을 몸이에요.” “그래서, 그게 소만리한테 계략을 꾸민 이유라는 거야?” 여지경은 되물었고 두 사람을 에워싼 공기가 허공에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듯 주변이 공허하게 울렸다. 고승겸도 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듯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승겸아, 엄마가 솔직히 말할게. 난 소만리라는 여자는 마음에 들어. 며느리가 된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사실은 며느리가 될 수 없잖아. 그렇지만 난 소만리와 친구로는 지내고 싶어.” 이 말에 의아한 눈빛이 고승겸의 눈을 스쳐 지나갔고 잠시 후 그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좋아하실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사람은 만나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잖아.” 여지경은 다소 진중한 어투로 당부했다. “승겸아, 지름길이 있으면 좋겠지만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해치는 길이라면 엄마는 네가 다른 방식을 택했으면 좋겠어.” 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으며 여지경의 말에 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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