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장
그녀는 기모진이 다시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
어쩌면 이번 생 이것이 그들 사이의 마지막 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난 몇 년 동안의 원한을 덮고도 남을 만큼이어서 오직 애틋한 감정만 남았다는 걸 기모진이 들을 수 있길 바랬다.
기모진은 백미러 속에서 비 오는 밤 서서히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기침을 하다가 목구멍에서 또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티슈 위에 흥건한 피를 보며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의 눈빛은 조금씩 흐릿해져 갔다.
소만리, 나 들었어.
고마워. 후회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그는 창백한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왼손을 들어 다시 약지로 돌아온 결혼반지를 바라보았다.
눈물로 얼룩져 흐릿한 시야에 반지는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이 빛 속에서 마치 그녀를 다시 만난 날 자신의 품에 들어와 그 풋풋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게 웃는 그녀를 보는 것 같았다.
소만리는 차가 많이 다니는 사거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비가 그녀의 온몸을 적셨지만 그녀는 오히려 무감각해졌다.
눈을 들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
“왜 계속 저와 그 사람을 괴롭히세요?”
“왜 서로 지키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시 만나 또 사랑하게 하시는 거예요?”
“왜?”
그녀는 하늘에 대고 물었다.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고 답도 없는 질문을 하릴없이 밤하늘에 대고 물었다.
경연은 기모진의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갔지만 길거리에 서서 비를 맞고 멍하니 서 있는 소만리의 모습만 보였다.
그는 즉시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무릎의 찰과상과 삔 발목을 치료한 후 집으로 왔다.
소만리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비를 많이 맞은 탓인지 한밤중에 소만리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
경연은 줄곧 소만리 곁을 지키며 돌보면서 한편으론 기모진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소만리의 상황을 안 기모진은 마음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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