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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5장

비록 날은 어두웠고 안에 불도 켜지지 않았지만 소만리는 똑똑히 보았다. 단발머리에 섹시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반듯한 체구의 남자에게 안겨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이 단발머리 여자는 분명히 강연이었고 그럼 이 남자는 기모진 말고 또 누가 있을까. 기모진이 강연과 잤다고 예전에 말한 적은 있지만 소만리는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말았다. 소만리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냉정하게 이런 사실과 맞닥뜨릴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순간 가슴이 아파서 심장이 마음대로 요동치고 흐트러져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였다. 소만리는 점점 더 보기 흉해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여자의 요염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를 닥치는 대로 눌렀다. 위가 경련을 일으키며 구역질이 났다. 기모진은 사무실 안에서 소만리가 떠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그제야 사무실 불을 켰다. 방금 연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배우가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너네들은 이제 가도 돼.” 그는 입을 열어 두 사람을 보내면서 당부를 했다. “일단 스타일링부터 바꾸고 뒷문으로 나가.” 두 배우는 기모진이 건넨 수표를 받고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다음에도 연기가 필요하시면 또 불러주세요.” “더는 필요 없어.” 기모진이 냉랭하게 거절했다. “명심해. 이 일은 우리 셋만 알고 있어야 해. 꼭 기억해.” 두 사람은 기모진의 신분과 지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서야 그 자리를 떠났다. 기모진은 책상에 앉아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을 느꼈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밀려왔다. 모레 경연과 소만리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의 통증이 한층 더해졌다. 경연은 평생 의지할 만한 믿음직한 좋은 남자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그런 기회를 놓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줄 수 없는 것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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