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3화
“전 아닙니다.”
최양하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둘러보았지만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분노와 원망에 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는 FTT를 배반하는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최양하가 재차 강조했다.
“아니라고요. 아버지가 찾아온 적은 있지만 거절했습니다.”
최란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네 아버지가 자료를 넘겨달라고 했다는 말이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최란의 시선을 마주하며 할 수 없이 최양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가 추신의 최대 주주라면서 추신이 제 것이 될 거라며 미끼를 던졌지만 저는 물지 않았습니다.”
최란이 휘청했다.
추동현이 자신에게 점점 냉담해지고 집에 붙어있지를 않는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 베개를 베는 사람이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3년 전 추신에 엄청난 자금을 유통해주고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최란은 추동현을 상당히 원망했었다. 수십 년 간 추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도 자기 남편이 그 정도로 야심가라는 사실도 몰랐다. 물론 야심이야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양심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다.
‘대체 내가 어떤 인간을 사랑했던 거지?
예전의 그 품위 있고 재주 있는 추동현이 가짜였나? 대체 뭘 얼마나 숨기고 있는 거야?’
“형부가 그런 사람이었어?”
최민이 울컥해서 소리쳤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한병우랑 이혼까지 했는데, 이제 보니 여우를 피해서 아주 호랑이 굴에 들어갔네. 언니 손으로 추신을 일으켜 주더니 아주 형부 아들이 우리 회사에서 정보까지 빼내 갔잖아.”
최란은 이제 얼굴이 창백해져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때는 FTT에서 가장 내로라하는 인물이었는데 이제는 자기 손으로 FTT를 망치게 된 것이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지. 너무 어리석었어. 이렇게 못된 인간에게 마음을 온통 내주다니.
내가 눈이 멀었어.’
“고모,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아니라고요.”
최양하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네가 아니라고?”
최민이 최양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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