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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화

입구쯤 걸어갔는데 집사가 약과 물을 가지고 왔다. “먹어.” 하준이 여름에게 약을 건넸다. “이게 뭔데?” 여름은 떨렸다. 아무 약이나 함부로 먹을 수는 없었다. “사후 피임약” 하준이 무거운 얼굴로 설명했다. “그저께까지는 양유진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만일을 위해서 양유진의 아이가 생기는 건 막아야지.” 어이가 없었다. 사실 여름은 아직 양유진과 관계를 가진 적도 없었다. 이 약을 먹어 봐야 어젯밤 임신됐을 가능성을 없애줄 뿐이었다. 여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약을 삼켰다. 약을 먹고 나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 며칠이 완전히 가임기란 말이야. 무슨 수를 쓰던 임신은 피해야 해.’ ---- 밤이 되자 여름은 샤워를 하고 나서 여름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허벅지 뒤를 찔러 피를 냈다. 그리고는 피를 속옷에 묻혔다. 준비가 끝나가 엶은 하준에게 말했다. “여기 생리대 있어? 생리가 시작됐는데.” “지금?” 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임신을 피하려고 핑계 대는 거잖아.” 못 믿겠으면 와서 직접 보면 될 거 아냐?” 여름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침대로 밀쳐졌다. 하준은 속옷까지 벗겨 기어코 붉은 피를 보았다. 미간이 확 찌푸려지더니 곧 표정이 돌아왔다. 어차피 한 달을 잡아 두기로 했으니 한번은 겪을 일이었다. 늦으나 빠르나 똑같았다. “바로 준비시킬게.” 바로 사람을 시켜 생리대를 가져오도록 했다. 여름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오자 하준은 바로 여름을 안아 침대로 갔다. 온밤 내 여름은 하준의 품에 안겨있었다. 다음 날 하준은 입맞춤으로 여름을 깨웠다. 매일이 똑같았다. 여름은 내내 조심스러웠다. 쓰레기 치우는 사람에게 발각이 될까 싶어 매일 피를 내서 생리대에 묻혀서 버렸다. ---- 7일째. 하준은 비키니를 가지고 왔다. “자기야, 이제 끝났어? 오늘은 같이 수영하러 가자.” 예쁘고 섹시한 핑크색 비키니였다. 그러나 그걸 입으면 하준이 허벅지의 상처를 발견하게 될 게 뻔했다. 오늘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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