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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말을 마친 윤건우는 그녀를 데리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기어코 의자에 눌러 앉히더니 그제야 이채린의 옆으로 돌아갔다. 차서아는 머리를 살짝 들고 윤건우를 쳐다봤는데 이 남자는 한창 이채린을 다독여주다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또 한 번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차서아는 씁쓸한 마음을 짓누르고 차오르는 고통을 꾹 참고서 밥을 꾸역꾸역 다 먹었다. 머리를 숙이니 눈물이 밥공기에 떨어졌고 음식을 한 점씩 입에 넣을 때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짭조름한 눈물과 한데 뒤섞이니 속이 쓰린 건지 마음이 쓰린 건지 도통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차서아의 침묵과 윤건우, 이채린의 애틋한 행각 속에서 식사가 끝났다. 차서아가 이제 막 수저를 내려놓을 때 문밖에서 경적이 울렸다. “내 물건 왔나 봐요.” 그 소리를 들은 이채린은 활짝 웃었다. 그녀는 문밖으로 달려나갔고 윤건우는 고개를 홱 돌린 채 차서아를 쳐다봤다. “오늘부터 채린이가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낼 거야.” 그는 차서아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마치 그녀의 표정에서 일말의 변화라도 찾아낼 것처럼, 차서아가 당장이라도 이채린 절대 집에 못 들인다고 난리 치기를 바라는 것처럼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다 울고 난 차서아는 진작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차분하게 머리를 끄덕일 뿐이었다. “알았어요.” 이토록 차분한 그녀의 반응에 윤건우는 미처 적응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상한 느낌이 차올랐는데 바로 이때 이채린이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건우 씨, 나 어느 방에서 지내면 돼요?” 그녀가 돌아오자 윤건우도 이상한 느낌을 뒷전으로 하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에게 답했다. “가자, 방 구경 시켜줄게. 네 마음에 드는 방으로 선택해.” 세 사람은 나란히 위층으로 올라가 이채린을 위해 방을 골라주었다. 윤건우의 방이 어느 것인지 물은 뒤, 그녀는 곧장 옆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걸어가는 방향을 보더니 차서아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쫓아갔다. 방안에 들어선 이채린은 주위를 쭉 훑어보다가 옷장 옆으로 다가갔다. “건우 씨, 이 방 괜찮네요. 여기로 할게요.” 이제 곧 옷장 문을 열려고 할 때, 차서아는 더 이상 앞뒤를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냉큼 달려가서 이채린을 가로막았다. “안돼요! 여긴 내 방이에요. 다른 방으로 하세요.” 윤건우는 굉장히 흥분한 그녀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질책을 늘려놨다. “왜 이렇게 버릇없이 굴어? 채린이가 이 방 좋다면 내주면 되잖아. 가정부더러 다른 방 하나 청소하라고 할 테니까 네가 그 방 써.” 하지만 그가 어떻게 설득하든 차서아는 한사코 옷장을 가로막고 물러서지 않았다. 고집불통인 그녀의 행동에 윤건우는 차오르는 울화를 꾹 참았다. “내가 정말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둘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뤘고 결국 이채린이 수습에 나섰다. “됐어요, 건우 씨. 서아가 싫다면 다른 방으로 할게요.” 윤건우는 끝까지 옷장을 가로챈 차서아를 보더니 한심해서 실소를 터트렸다. “아니야. 서아가 싫다니 이참에 너 나랑 한방 써.” 그 순간 이채린은 쑥스러워서 윤건우의 품에 쏙 안겼다. 한편 윤건우는 이 말과 함께 그녀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이채린은 나갈 때 제 손을 들어 올리고 의아한 듯 물었다. “이상하네. 손에 왜 피가 묻었지. 나 다친 적 없는데...” 방을 나선 후 윤건우는 가정부들더러 이채린의 물건을 전부 그의 방으로 옮기라고 했다. 가정부들은 짐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차서아는 이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옷장 문을 다시 꽉 닫았다. 이채린의 손에 묻은 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오직 차서아만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방금 옷장을 만졌는데 바로 그 옷장 안에 차서아의 시체가 있다. 차서아는 우선 문을 잠그고 방 안에서 테이프를 한 묶음 꺼내 옷장을 단단히 봉해버렸다. 저승사자가 말하길 그녀의 시체가 미리 발견된다면 그녀도 정해진 시간보다 앞당겨서 사라진다고 했다. 모든 일을 마친 후에야 차서아는 한시름 놓고 거실로 가서 물을 한 잔 따랐다. 윤건우의 방을 스쳐 지나갈 때 비스듬히 열린 문틈 사이로 마침 안에서 딥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곧게 달력 앞으로 다가가 또 한 장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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