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다음날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사망신고를 하러 갔다.
너무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어제 밤새 검색하고 나서야 사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알아챘다. 한편 윤건우는 이제 새 가정을 맞이할 계획을 세웠으니 그녀는 양녀로서 절대 짐 덩어리가 돼서는 안 된다. 더는 삼촌에게 이런 일까지 부탁하면서 귀찮게 굴어서는 안 된다.
사망 신고하러 구청에 갔을 때 직원은 그녀가 본인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는 말에 믿기 어려운 듯 재차 확인했다.
“저기요, 실례지만 사망신고는 죽은 뒤에야 신청할 수 있어요. 정말 신고하실 건가요?”
이에 차서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6일만 지나면 저는 이 세사에서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직원은 그녀가 암이라도 걸린 줄 알고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다가 서류를 한 번 더 훑어봤는데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고작 18살이라니.
직원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바로 사망신고를 접수했다.
일을 마친 후 차서아는 또 영정사진을 찍고 본인이 쓸 유골함과 수의도 구매했다. 장소를 하나씩 바꿀 때마다 뭇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빛을 받아야만 했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스스로 모든 일을 마쳐서 나중에 윤건우가 더는 그녀 때문에 번거롭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일련의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이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채린이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돌아쳤다.
그녀를 본 이채린은 가까이 다가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서아, 왔어? 오늘은 내가 요리했어. 너 오기만을 기다렸잖아.”
곧이어 차서아의 손에 든 물건을 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이건 다 뭐야?”
차서아는 고개를 내젓고 아무런 대답 없이 위층에 올라가서 물건을 부리고 나서야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두 여자가 주방에서 한참 바삐 보낸 후에야 윤건우가 돌아왔다. 그는 두 여자가 대판 싸우거나 서로 거들떠보지 않을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오히려 화기애애할 따름이었다.
이 광경을 본 윤건우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차서아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아직 어린애라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죄다 얼굴에 드러내니까. 이전의 차서아였다면 절대 지금처럼 이채린과 화목하게 지낼 수 없다.
다들 집에 돌아왔고 저녁도 다 차렸으니 세 사람은 나란히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이채린은 줄곧 열성적으로 차서아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이 새우 먹어봐. 식감이 엄청 쫄깃하고 부드러워. 특별히 널 위해서 만든 거야.”
밥공기에 가득 찬 음식을 바라보면서 차서아는 잠시 머뭇거렸다. 지금 비록 멀쩡한 사람처럼 보여도 그녀는 이미 죽은 시신이다. 저승사자와 거래할 때 그녀에게 연신 당부한 말이 있다.
이 7일 동안 차서아는 이승에 머무를 순 있지만 더는 인간 세상의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녀도 내내 망설이면서 이채린이 집어준 음식을 먹지 않았다.
차서아가 좀처럼 먹지 않으니 이채린은 너무 난감했다. 이를 눈치챈 윤건우가 그녀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채린이가 음식 집어줬잖아. 얼른 먹어.”
명령 조에 가까운 그의 말이 차서아의 귓가에 울렸다. 그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지만 밥공기를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목구멍으로 집어삼킬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엄습해오고 위가 타들어 갈 것처럼 괴로웠다. 차서아는 도저히 못 참고 화장실에 뛰쳐 가서 방금 먹은 음식을 모조리 토했다. 그제야 한결 편안해진 그녀였다.
갑작스러운 차서아의 행동에 이채린은 눈시울이 빨개진 채 윤건우를 쳐다보면서 속상한 말투로 말했다.
“서아가 날 싫어하나 봐요.”
그나마 담담하던 윤건우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그는 이채린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했다.
“그럴 리가. 일단 한번 가볼게.”
그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다 토한 차서아는 좀 전보다 속이 한결 편해졌지만 머리를 들고 거울에 비친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니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러는 건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이따가 대충 핑계 둘러대고 나가야겠어.’
이렇게 생각하며 돌아선 순간 윤건우가 음침한 얼굴로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차서아는 흠칫 놀랐지만 그가 괜히 걱정돼서 찾아왔을까 봐 문을 열어주었다.
“삼촌, 나 속이 좀 불편해서 먼저 방에 돌아가 있을게요. 두 분 맛있게 드세요.”
이렇게 말하면 윤건우가 금방 이채린에게 돌아갈 줄 알았는데 이 남자의 안색이 점점 굳어지더니 충격적인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아까 집에 돌아왔을 때 채린이랑 잘 지내는 걸 보고 네가 마침내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버릇 못 고친 거야? 꼭 어린애처럼 일부러 채린이 난처하게 굴어야겠어?”
“삼촌, 그게 아니라...”
차서아는 안색이 좀 더 창백해지고 심장을 옥죄이듯 아팠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윤건우가 매정하게 잘라버렸다.
“네 사정 따윈 듣고 싶지 않아. 무슨 일 있어도 오늘 저녁은 무조건 다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