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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5일 후 원스에서 돌아온 윤건우는 별장의 이상한 낌새를 바로 알아챘다. 전에는 문만 열면 반갑게 맞이하던 차서아였는데 신을 갈아신고 거실에 들어올 때까지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고 별장 전체가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는 문득 이 5일 동안 차서아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는 걸 발견했다. 전화도 없고 메시지도 없으니 실로 수상할 따름이었다. “서아는요? 설마 그날 건우 씨가 약속 못 지켰다고 삐진 건 아니겠죠? 건우 씨도 일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역시 애는 애라니까요. 이따가 잘 달래줘 봐요.” 이채린의 말 한마디가 금세 그의 분노를 자극했다. “애라니? 이제 곧 대학생인데 아직도 어린애들 투정이야? 이번엔 나도 상관 안 해. 너도 내 허락 없이 서아 찾아가지 마. 언제 저 방에서 나오나 한번 지켜볼 거야!” 이채린은 씩씩거리는 윤건우를 보더니 깨고소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몇 마디 더 위로하는 척하다가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두 사람 냉전이 길어질수록 난 더 좋지 뭐.’ 한편 윤건우는 침실도 서재도 아닌 주방에 가장 먼저 들어갔는데 안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주위를 쭉 둘러보다가 파리 떼로 뒤덮은 휴지통을 발견했다. 잠시 고민하던 윤건우는 금세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챘다. 하지만 곧이어 울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고작 밥 한 끼 함께 먹지 않았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여기 방치해둔 이유는 대체 뭘까? 윤건우는 위층으로 올라가 걸상에 남겨둔 휴대폰을 보더니 냉큼 열어보았다. 잠금화면은 활짝 웃는 소녀의 모습이고 그 뒤에 열일하는 윤건우가 실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건 차서아가 몰래 찍은 사진이다. 윤건우도 이 사진을 찍은 당일에 바로 발견했는데 여태껏 잠금화면으로 쓸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지금 드는 이 감정을 대체 뭐라고 표현할까? 그는 잠금 해제를 안 하고 그대로 휴대폰 전원을 끄더니 본인 휴대폰으로 사람을 불러서 주방을 청소하라고 시켰다. 곧이어 2층으로 올라가자 차서아의 방 문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윤건우는 가볍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섰다. 텅 빈 방 안에는 테이프를 단단히 붙인 옷장 말곤 아무것도 안 보였다. 전에 그가 준 선물들은 영원히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고 소중히 간직하겠다더니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윤건우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곧이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차서아는 방 안에 없고 그녀의 물건들도 전부 사라졌으며 휴대폰까지 챙기지 않았다. 아직 개강일도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다니.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 윤건우는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연락했다. “차서아 어디 갔는지 조사해와.” 전화를 끊은 윤건우는 저도 몰래 테이프를 잔뜩 붙인 옷장에 시선이 닿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옷장이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윤건우는 그 테이프를 뜯고 이제 막 옷장 문을 열려고 하는데 고요한 방안에 뜬금없이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김수현이 당황한 목소리로 그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차서아 씨가 이미 본인 사망신고를 마쳤다고 합니다. 그날 차서아 씨 신고를 접수한 직원이 말하길 서아 씨가 6일 뒤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거라고 했다는데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지고 윤건우도 심장이 옥죄여왔다. 말도 안 되는 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귓가에 굉음이 울렸다. ‘이것들이 짜고 쳐서 날 속이려는 거야?!’ ‘서아가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 고작 18살인데, 앞날이 창창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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