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4장

"비서?" 전화기 너머로 나지막하고 싸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뼛속 깊이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박재성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네, 심하윤 씨의 비서입니다. 지금은 바빠서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나중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에 차은우의 안색은 더욱 싸늘해졌다. 남자 비서? 목소리로 판단했을 때 꽤 어린 것 같았다. "시간 나면 전화하라고 하세요." 차은우는 무겁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 박재성은 눈을 깜빡였다. 대체 누구지? 목소리는 싸늘하지만 서하윤과는 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박재성은 의문을 품고 바쁘게 일하고 있는 서하윤에게 다가갔다. "누구 전화야?" 서하윤이 물었다. "파트너라고 뜨던데? 시간 되면 전화하래. 근데 누구랑 협업이라도 한 거야?" 서하윤은 '파트너'라는 이름에 차은우가 무슨 일로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지던 참이었지만 박재성의 협업 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며칠 전 서하윤은 차은우의 연락처를 '파트너'로 변경했었다. 그녀는 그들의 관계가 일종의 협력 관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까 휴대폰이 울리고 서하윤은 바빠서 박재성에게 전화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로 인해 약간의 오해가 생겼던 것이다. 서하윤이 웃으며 말했다. "내 남편이야." '남편'이라는 호칭에 박재성은 안색이 굳어졌다. 남편이라니... 서하윤이 다른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박재성은 왠지 모를 저항감이 들며 그 남자가 서하윤과 잘 어울리는지, 서하윤에게 잘해주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 남편이구나." 하지만 박재성은 애써 대수롭지 않은 척하며 대답했다. 서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을 마무리 지은 후 차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 일 좀 보느라 바빴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할 수 있어?" 차은우가 반문했고 서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저녁에 몇 시에 들어올 건데?" 차은우가 이어서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