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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6장

고승겸은 다리를 다쳐서 걸음이 느렸다. 소만리는 고승겸의 뒤를 천천히 뒤따랐다. 고승겸이 천천히 걷는 덕분에 소만리는 흑강당 건물의 내부를 세세히 볼 수 있었다. 소만리는 흑강당 건물 뒤편 정원으로 따라갔다. 정원의 꽃들은 이미 다 시들었고 아무도 손질하지 않은 마른 잎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마른 잎들이 거의 없는 바닥이 나타났다. 소만리는 문득 무슨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그때 고승겸이 정원 가장자리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서 은밀히 숨겨진 스위치를 눌렀다. 눈앞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통로가 나왔다. 흑강당 부지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소만리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강어가 예전에 했던 어둠의 거래들을 생각하면 그가 이런 곳을 마련해 둘 법도 한 것 같았다. 얼마나 은밀히 숨겨 놓았으면 동생인 강자풍에게도 알리지 않았을까. 고승겸은 소만리가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꼼짝도 하지 않자 간특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왜? 무서워?” 소만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승겸에게 성큼 다가갔다. “무서웠다면 이곳에 있지도 않았을 거야.”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걸음을 떼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소만리가 대담하게 먼저 내려가는 것을 보고 고승겸도 뒤따랐다. 지하실에 온 후 그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지하실 입구에서 머리 위에 있는 바닥을 닫았다. 소만리는 고승겸을 의식하지 않고 곧장 지하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요동치는 심장을 안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고 눈앞에 검은 철문을 보았다. 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철문을 본 순간 저절로 불안한 기운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 그녀는 얼른 철문 앞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 “모진?” 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소만리?” 기모진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서 철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소만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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