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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장

”그때 그가 내 삶에 들어와 한줄기 빛처럼 나의 암울한 미래를 비춰 주었죠. 그 후로 난 나 자신을 되찾고 스스로 자신감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어요.” 남연풍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달빛 속에 흩어졌다. 그녀의 눈빛은 점차 빛을 잃어갔다. “하지만 내 자신감은 결국 그에게 빼앗기고 말았죠...” 남연풍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만리는 남연풍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당신의 이런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남연풍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소만리의 작은 얼굴엔 엷은 미소가 흘렀다. “예전에 나도 당신처럼 그랬어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자존심도 없이 그 사람만을 사랑했지만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결국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고 가는 불나방과 같은 사랑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죠.” “아쉽게도 난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남연풍은 회한이 가득 담긴 눈을 들어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당신도 그때 기모진을 맹목적으로 사랑했지만 당신은 나와 달랐을 거예요. 만약 기모진이 잘못된 길을 갔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를 막았을 거예요. 하지만 난 고승겸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악행을 곁에서 도왔고 결국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 거죠.” “그에게도 아직 돌아올 기회가 있어요.” 소만리가 눈썹을 살짝 비틀며 말했다. “남연풍, 제발 날 한 번만 더 도와줘요.” “내가 고승겸에게 기모진의 행방에 대해 물어주길 바라는 거죠?” 소만리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진이 지금 어딘가에 갇혀 있을 텐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요. 너무 걱정이에요.” 남연풍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입을 열었다. “고승겸이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마음속에 어떤 꿍꿍이를 하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가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나한테 한마디도 말해 주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한번 해 볼게요.” 남연풍은 소만리에게 약속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들은 고승겸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고승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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