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3장
기모진이 눈을 내리깔고 보니 여온이가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큰 눈을 깜빡이고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기모진의 마음은 금세 녹아내렸고 그는 기여온을 자신의 다리에 앉혀 사랑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온아, 아빠한테 할 말 있어?”
기여온은 맑은 눈을 반짝이며 작은 손에 쥐어진 쪽지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기모진이 쪽지를 손에 들고 열어 보았다.
삐뚤빼뚤했지만 가지런한 글씨였다. 기모진은 쪽지에 쓰인 글자를 보고 정신이 멍해졌다.
자풍 오빠.
소만리와 기모진은 단번에 기여온이 말하려는 뜻을 알아차렸다.
이 아이는 지금 강자풍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모진.”
소만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안 그러면 우리 여온이한테 스스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어때?”
“여온이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기모진은 잠시 소만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소만리, 여온이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는 거야?”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어린 여온이가 뭘 알고 그런 결정을 하겠어?”
기모진은 도저히 소만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여온이는 아직 어리지만 자신이 느끼는 게 분명히 있을 거야.”
소만리는 기모진을 설득하려고 했다.
“모진, 어쨌든 당신도 강자풍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고 싶잖아. 그러니 돌아가기 전에 우리 여온이를 데리고 강자풍을 만나러 가는 게 어떨까?”
기모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결국 소만리의 의견에 수긍했다.
“당신 말대로 해 보자.”
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럼 내가 강자풍한테 전화할게.”
소만리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자신의 핸드폰이 남연풍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연스럽게 기모진의 핸드폰으로 강자풍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자풍은 소만리가 이미 기여온을 고승겸의 손아귀에서 구해냈다는 소식을 알고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소만리가 기여온을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자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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