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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장

소만리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 그녀를 불쌍하게 생각하다니! 그가 소만리를 가엾게 생각하고 동정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고승근은 소만리의 맑고 예쁜 눈동자에 당혹감이 가득 피어오르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당신은 고승겸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그는 당신에게 진실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당신은 이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니까 그게 불쌍한 게 아니고 뭐겠어요?” 고승근의 말에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생각엔 당신이 걱정이 좀 많으신 것 같아요. 나를 불쌍히 여기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요. 마지막 순간까지 가 보지 않으면 불쌍한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이 말을 듣고 고승근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는 그림같이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미소를 보았는데 그 미소는 꽤나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소만리의 말에 도대체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소만리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고승근은 다가가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때 마침 고승겸이 나타났다. “어떻게 승근이 네가 여기서 신부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고승겸의 말투는 담담하게 들렸지만 고승근은 이미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꼈다. 고승겸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어깨를 으쓱하며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렇게 예쁜 신부는 처음 보거든. 나 같은 보통 사람이 언제 이렇게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겠어. 그래서 못 참고 보러 올라왔지.” 고승근의 화법은 경망스러웠고 왠지 아리송한 여운을 남겼다. 이 말을 듣고 고승겸의 우아하고 온화한 얼굴에 갑자기 노한 빛이 드리워졌다. “소만리가 곧 네 사촌 형수가 되는데 승근아, 너 상대를 좀 존중하며 말을 하는 게 좋겠어.” “존중?” 고승근은 되물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고승겸도 존중이라는 걸 아는 거야?” 고승겸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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