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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장

시중은 자신의 의지를 나타내려는 듯 눈을 깜빡였고 그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기모진은 시중을 슬쩍 쳐다보았다. 요 며칠 동안 그녀는 정말 열정적이고 친절하게 그를 돌보았다. 기모진도 자신에 대한 그녀의 호감을 이용해서 약간의 단서를 얻긴 했다. 기모진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아까처럼 그렇게 차가운 말투가 아닌 조금 부드러운 톤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의 보살핌이 필요 없어요. 그러니 당신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게 낫겠어. 나한테 아무리 신경 써 봐도 소용없어요. 난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말투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말이었다. 시중의 얼굴에 슬픔과 허탈한 빛이 역력했고 이어 깊은 한숨이 뒤따라왔다. “기 선생님이 몇 번이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더 이상 혼자만 좋아서 기 선생님을 부담스럽게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을 돌보는 것은 지금 내 업무이기도 해요. 더 이상 날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내가 일을 잘 못한다면 겸이 도련님이 날 벌하실 거예요.” 시중이 기모진을 잘 돌보지 못할 경우 고승겸이 시중을 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기모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 선생님, 샴페인이 싫으시다면 과자 좀 드세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별로 안 드셨잖아요.” 시중은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를 띤 채 케이크를 건네주었다. 그러나 기모진이 이를 받지 않자 시중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케이크가 싫으시다면 내가 다른 간식을 가져올게요.” 시중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서서 기모진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려고 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기모진은 그녀를 불러 세우고는 손을 뻗어 시중이 들고 있는 케이크를 받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기모진이 더 이상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자 시중의 얼굴에 환한 꽃이 피어올랐다. 고승겸은 대기실에서 소만리와 함께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는 것을 느끼며 대기하고 있었다. 고승겸은 무의식적으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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