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장
고승겸의 물음에 시중은 삽시간에 온몸이 굳어지며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아, 아니에요. 전 엿듣지 않았어요. 감히 어떻게 엿듣겠어요...”
시중은 전전긍긍하며 말했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던 고승겸은 제대로 바른 말을 하지 않는 시중의 모습에 불쾌함이 더했다.
“정말 엿듣지 않은 게 확실해? 그렇다면 넌 내 눈과 지능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아니면 네 말이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시중은 놀라서 손에 땀이 났다.
“겸, 겸 도련님...”
“고 씨 가문은 너같이 분별없는 시중은 필요 없어. 당장 여기 고 씨 가문에서 나가. 이번 달 월급은 한 푼도 받을 수 없을 거야.”
고승겸은 매정하게 말을 마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시중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다급하게 쫓아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겸 도련님, 저, 저는 정말 기 선생님과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기 선생님을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거예요. 정말 다른 뜻은 없어요. 겸 도련님, 제발 절 쫓아내지 마세요.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시중이 애걸복걸했다.
고승겸은 시중의 얘기를 듣고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애가 타는 듯 조마조마해하는 시중의 얼굴을 곁눈질했고 검은 눈썹을 번쩍 치켜세우며 찡그렸다.
“기모진을 신경 쓰고 싶었다고?”
“...”
시중이 고승겸의 말을 듣자마자 어리둥절해하면서 창백했던 두 뺨에 붉은 홍조가 서서히 일어났다.
시중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본 고승겸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알고 보니 시중은 기모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기모진처럼 외모도 좋고 기품도 있는 남자가 여자한테 호감을 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이런 얄팍한 시중의 처지에서는 더더욱 그럴 일이었다.
고승겸은 시큰둥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중은 다시 목을 움츠리고 두 손을 휘저으며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갑자기 고승겸이 묻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