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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장

기모진은 과자를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일 당신의 겸 도련님 결혼식은 어디에서 거행되나요?” 그러자 시중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산비아 궁전에서 거행하는데 기 선생님 청첩장에 쓰여 있지 않나요?” “물론 써 있죠. 그냥 확인하려고요.” 기모진은 그럴듯한 대답을 했다. 시중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추켜세웠다. “기 선생님, 정말 신중하시네요. 하지만 선생님 다리가 불편하시니 내일 결혼식 가실 때 조심하셔야 해요.” “아, 네 고마워요. 조심할게요.” 기모진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시중은 기쁨으로 넘쳐흐르는 얼굴로 기모진을 훑어보았고 그 모습을 본 기모진은 무덤덤하게 시선을 돌렸다. “듣자니 당신의 그 겸 도련님이 몇 달 전에도 결혼했다고 그러던데, 왜 이렇게 빨리 재혼하는 거예요?” 시중은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약간 변했고 조금 꺼림칙한 표정으로 문 쪽을 힐끔 확인하고서야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는 그 안나라는 여자였는데요. 겸이 도련님은 그 여자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겸이 도련님과 그 여자는 단지 형식적인 혼인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결혼에 대해서는...” 시중은 눈썹을 찡그렸다가 다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소만리라는 사람은 아주 예쁘게 생겼어요. 경도 사람이고 집안이 부유하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겸이 도련님은 소만리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시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몇 달 전에 겸이 도련님이 이미 소만리와 한번 결혼했다고 들었어요. 결혼식날 어디선가 훼방꾼이 나타나서 소만리를 데려갔대요.” 기모진은 시중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 시중은 그 ‘훼방꾼'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중이 알고 있고 들은 것을 죄다 말하는 것을 종합해 보니 아마도 이 시중은 나중에 새로 고용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기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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