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장
여지경의 귓가에 기뻐하는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지경은 이를 듣고 소만리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았다.
고승겸은 소만리의 의식에 깊은 최면을 걸었고 지금의 소만리의 머릿속에는 고승겸이 오랫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기모진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사상, 눈빛 모두 허황된 허상에 가려져 버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기모진이다. 이 사실은 최면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고승겸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을 가려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구나. 축하해.”
여지경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눈을 들어 올렸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 속에 환한 빛이 감돌았다.
소만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걸어오는 고승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승겸.”
소만리는 소리쳤다. 마주 오는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기모진의 모습이 비췄다.
그녀가 외친 이름은 고승겸이었지만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는 여전히 기모진을 향한 말이었다.
고승겸은 입술을 오므리며 소만리에게 향했다.
여지경은 이 모습을 보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왜 더 자지 않고. 내일은 바쁠 텐데.”
고승겸은 다정한 목소리로 소만리에게 말을 걸었다.
소만리에게 있어 왕자는 고승겸이었고 그녀의 눈 속에는 애정이 흘러넘쳤다.
그녀의 얼굴에는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발그레한 홍조가 번졌다.
그야말로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당신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기뻐요.”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승겸은 그런 소만리를 보며 그녀가 얼마나 기모진을 사랑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바라본 그녀의 사랑과 수줍음, 기쁨은 모두 기모진에게서 나온 그녀의 감정이지 자신에게서 비롯된 감정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그는 기모진이 부러워졌다.
이런 감정은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고 아낄 때만 나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기모진을 생각하며 말할 때 소만리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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