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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장

”소만리...” 남연풍은 천천히 걸어오는 소만리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분명히 눈앞에 있는 소만리에게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만리가 방 문을 들어서며 살짝 미소를 지었고 남연풍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당신이... 내 약혼자의 친구인가요?” “...” 남연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 소만리가 최면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의 소만리는 더 이상 남연풍이 알던 그 소만리가 아닌 것이었다. 소만리가 말하는 모든 것은 다 고승겸의 지시에 따른 것이리라. 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소만리를 바라보았다. 소만리는 남연풍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잠시 후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을 기억해요. 당신은 남연풍이죠. 당신과 나 사이에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승겸은 나에게 그것은 모두 지나간 일이며 그가 곧 나와 결혼식을 올릴 거라고 했어요. 우리 사이의 불미스러운 감정이 오늘 이 기쁜 결혼식을 계기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남연풍은 소만리의 말투에서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소만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고승겸은 소만리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성질과 기질을 모두 완전히 조작해 버렸다. 눈앞에 있는 소만리는 전혀 원래의 소만리답지 않았다. 눈앞의 그녀는 유순한 말투에 다정한 듯 사람을 대했다. 누군가의 말에 아주 순종적인 온순한 소녀 같았다. 소만리는 예전부터 그런 순종적인 소녀의 기질은 없었지만 지금의 표정과 얼굴은 시종일관 말갛고 온순해 보였다. 남연풍은 고승겸이 소만리를 이런 성격으로 만들 줄은 몰랐지만 생각해 보니 고승겸이 이럴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성격의 소만리라야 고승겸은 그녀를 조종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예전의 소만리였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 남연풍은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과거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든 그건 다 지난 일이에요.” 남연풍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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