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장
고승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남연풍이 휠체어를 멈추었다.
남연풍이 자신의 말소리를 듣고 휠체어를 멈추자 고승겸의 얼굴에는 모처럼 밝은 미소가 번졌다.
“연풍, 지금 당신 마음속엔 내가 고집불통에다 잘못도 깨닫지 못하는 나쁜 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신은 내 평생 유일한 여자야.”
고승겸의 말을 듣고 남연풍은 휠체어 스위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촉촉하고 영롱한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혔지만 그녀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애써 참았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휠체어 스위치를 다시 누르고 현관 쪽으로 갔다.
고승겸은 멀어지는 남연풍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심장이 차갑게 식는 듯했고 눈빛도 어둡게 가라앉았다.
“기모진, 너도 곧 나의 이런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고승겸이 혼자 중얼거리고 서 있는데 마침 그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그는 메시지를 힐끔 보더니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왔군, 기모진.”
고승겸은 중얼거리면서 어디론가 출발했다.
그가 문 입구에 다다르자 수행원들이 황급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고승겸이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기모진이 이미 문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수행원이 보고했다. 고승겸은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난 이미 기모진을 기다린 지 오래됐어.”
그는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 수행원은 확신 없는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뭔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기모진은 원래 바로 소만리를 찾으러 오려고 했지만 아들이 갑자기 납치되어 아들에게 가느라고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이 모든 것은 고승겸이 시간을 끌 요량으로 일부러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기모진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납치된 아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모진, 우리가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
고승겸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기모진은 그 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 거만한 고승겸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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