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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누구든 선원주를 비방한다면 남궁진이 용납지 않는다는 것을 우향은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남궁진과 조경선 사이를 이간질하려 했던 것이었다. 남궁진이 조경선을 꾸짖으려는 순간, 조경선이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또 이년의 말을 믿으시려고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조경선의 말을 듣고 마음이 초조해져서 남궁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긴 앞서 두 번은 내가 오해했지.’ 선원주는 고개를 숙이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소첩의 신분이 미천한 것이 사실이니 왕비의 말도 틀리지는 않지요. 하니 마마를 꾸짖지 마십시오.” “내가…” 남궁진은 무심코 조경선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모든 걸 꿰뚫어 본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태도에 남궁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슴이 답답했다. “우향을 어찌 벌하면 좋겠소?” 남궁진이 갑자기 말을 바꾸자, 선원주는 조금 당황했다. ‘전하께서 조경선이 나를 모욕했다는 운현의 말을 믿지 않는 건가?’ 조경선은 눈썹을 치켜올린 채 차갑게 말했다. “이 버릇없는 년을 죽이시지요.” 그러자 선원주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경선 때문에 이미 하 상궁을 잃었는데 우향까지 죽인다면 오른팔과 왼팔을 다 잃는 셈이잖아. 너무 큰 손해야.’ “전하, 우향의 관사 직책만 박탈하는 건 어떨는지요? 가련해 보이니 죽이지는 마세요. 그래도 부에 오래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녀가 죽는 모습을 차마 못 보겠습니다.” 남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우향은 평범한 하인일 뿐 더 이상 진왕부의 관사가 아니다. 네년도 가시에 독이 있을 줄 몰랐을 테니 그 이상의 벌은 내리지 않겠다. 홍난도 그 자신의 부주의로 그리된 것이니 남을 탓하지 마시오.” “전하!” 조경선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됐소! 왜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려 드는 것이오? 왕비도 참으로 잔인하구려. 내가 우향을 벌하여 왕비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니 인제 그만하시오.” 조경선은 쓴웃음을 짓더니 시선을 식탁 위의 풍성한 요리에 향했다. “사람은 자신과 무관한 일에 대해선 항상 가볍게 넘기는 법이지요. 전하와 원비는 산해진미를 쉽게 먹지만, 제 시녀는 반찬 하나 때문에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소첩이 잔인해지지 않는다면, 무슨 면목으로 목숨을 걸고 내게 충성을 다한 홍난을 보겠습니까?”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원비의 생각을 소첩은 이미 꿰뚫어 보았습니다. 만약 제가 원비의 입장이었다면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이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원비에게 묻겠다. 남의 시녀를 잔인하게 대하면서 관대한 척하는 것이 너무 위선적이지 않느냐?” 조경선의 말에 선원주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는 착하고 여린 모습을 보여 조경선의 잔인함과 비교하려 했지만, 조경선이 이리 말하니 오히려 자신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기 가슴에 비수를 꽂은 조경선의 말이 불쾌해서 남궁진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조경선은 담담하게 몸을 돌리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목숨과 바꾼 물고기니 분명 맛있을 겁니다. 마음씨가 하해와 같은 두 분은 많이 드세요.” 조경선이 떠난 후에 식탁 위의 음식을 곁눈질한 남궁진은 가슴이 답답하여 그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난 이만 서재로 가보겠소.” “조심히 들어가세요.” 남궁진이 떠난 후, 선원주가 갑자기 찻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산산조각 나며 깨진 찻잔의 소리에 깜짝 놀란 시녀 명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고정하시옵소서! 마마.” “전하께서 새 하인들을 들이겠다던 일은 어찌 되어가고 있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쇤네가 영리한 계집종을 골라 마마께 붙이겠사옵니다.” 명희의 말에 평소의 온화함은 온데간데없던 선원주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천한 계집년 같으니라고. 얌전히 있었으면 정실부인의 자리에 그냥 두었을 텐데.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드니 내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지. 그년을 완전히 무너뜨려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서재, 남궁진은 손에 든 문서를 보기 귀찮아서 탁 내려놓더니 지친 듯 미간을 주물러댔다. “전하, 왜 이러십니까?” 동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강헌을 석조각에 보내 왕비의 시녀 상태를 확인하게 하라.” 동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왕비께도 신경 쓰지 않던 전하가 웬일로 시녀 걱정을 다 하지? 게다가 일반 의원으로도 충분한데 강헌을 부른다고?’ 조경선의 태도에 자극을 받았는지 남궁진은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 ‘내가 그깟 물고기를 먹었다고 감히 날 비웃어?’ “내가 듣기로는 그 시녀의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진왕부에서 인명 사고가 나는 걸 난 원치 않거든.” “예!” 석조각. 강헌이 도착했을 때, 조경선은 홍난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있었다. “마마, 소인 강헌입니다. 전하의 명을 받들어 홍난 아씨의 병을 치료하러 왔습니다.” 조경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정말로 치료하러 온 것이냐? 독약을 가져온 건 아니고?” 강헌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마마 마음속 전하의 형상이 이리도 나쁠 줄이야.’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홍난 아씨의 상태는 어떠합니까?” 그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홍난의 손을 살펴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의원이 다녀가셨는지?” “내가 직접 약을 달여서 먹였다.” “마마도 의술을 아시는군요.” 말을 마치고 옆에 놓인 처방전을 보던 강헌은 깜짝 놀랐다. ‘약재 배합이 완벽하구나. 게다가 바르는 연고까지… 이건 뭐 어의 수준인데.’ “조금만 알 뿐이다.” 그녀 기억 속의 강헌은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내 뛰어난 의술에 대해 사람들이 혹여 의심할 수도 있으니, 이자를 이용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녀는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강 의원, 난 어릴 적부터 의술에 관심이 많았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싶으니 내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이렇게 친근한 조경선을 본 적이 없었던 강헌은 밝고 눈부시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더니 잠시 넋을 잃었다. “경선이 스승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강헌은 깜짝 놀랐다. ‘마마가 정신이 이상해졌나? 갑자기 무서워지네.’ 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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