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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말을 할 때 조경선의 주변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집어삼킬 듯한 그녀의 눈빛에 겁을 먹은 최화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쇤네가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최화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마마를 자주 뵙지 않다 보니 말실수하였나이다. 하니 마마,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정 그리 생각한다면 기회를 주마. 스스로 뺨을 스무 대 때리거라. 그리하면 네 그 세 치 혀는 자르지 않겠다.” 조경선이 매서운 눈빛으로 최화를 흘끗 쳐다보았다. “때리지 않고 뭣 하는 게야?” 최화가 망설이지 않고 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뺨을 후려치자, 짝짝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빨갛게 부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조경선은 약간 화가 풀렸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관사는 어디 있느냐?” “어인 일로 저를 찾으시는지요. 마마.” 정원 쪽에서 여유롭게 걸어오던 우향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최화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 최화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꼴이 이게 뭐냐?” 최화는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조경선을 바라보았다. 조경선은 최화를 신경 쓰지 않고 식칼을 든 채 아무 말 없이 우향 쪽으로 걸어갔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우향은 갑자기 두피가 쑤시는 통증이 느껴졌다. 조경선이 우향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후, 차가운 식칼을 그녀의 목에 들이댔다. “악! 마마! 어찌 이러십니까?” 우향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 비명을 질렀다. “안하무인 놈 같으니라고. 내가 죽여줄까?” 조경선이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년도 두려운가 보구나. 내 시녀를 학대하고 날 무시할 때는 두렵지 않더냐?” “제가 홍난을 학대했다고요?” 우향이 변명하자, 조경선은 우향의 무릎을 걷어차며 그녀를 꿇어앉혔다. “고기반찬을 추가해 달라고 홍난이 부엌에 갔는데 그녀에게 가시투성이인 물고기를 손질하게 하면서 네가 일부러 괴롭혔지 않았느냐. 이 때문에 그녀는 중독되어 지금 침상에 누워있다. 이게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야? 진왕비인 내가 먹는 것조차도 네년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이냐? 네가 뭔데?” 조경선이 말하면서 칼로 우향의 머리카락 일부를 잘라내자, 선원주를 등에 업어서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던 우향이 언성을 높이며 협박했다. “왕비 마마, 저는 원비 마마의 사람입니다. 제게 해를 가한다면 원비 마마께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닥쳐라! 첩 주제에 감히 내 머리 꼭대기에 앉겠다고?” “원비 마마가 어때서요? 전하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이 진왕부의 안주인이 아니겠사옵니까. 하니 전하의 마음부터 얻을 궁리나 하십시오.” 조경선은 차갑게 웃었다. “네년이 내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구나. 이따 전하와 원비 앞에서도 이리 말할 용기가 있는지 내 지켜보겠다.” ‘지금쯤이면 남궁진은 자신의 애첩인 선원주와 함께 낙향각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겠지.’ 조경선은 우향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그녀를 끌고 낙향각으로 향했다. 문을 지키는 호위무사가 조경선을 막아 나섰다. “마마, 전하의 명 없이는 이곳에 들어가실 수 없사옵니다.” “전하께 전하라. 만나주지 않겠다면 내가 이 하인을 직접 처리하겠다고. 우향을 식칼로 죽여버리겠단 말이다.” 우향이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전하, 원비 마마, 살려주시옵소서!” 귀가 밝았던 남궁진이 우향의 고함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시끄럽게 구는 것이오?” “마마께서 우향을 끌고 오셨는데 전하께서 만나주시지 않으면 우향을 죽이시겠다고 합니다.” 선원주는 손이 떨려 하마터면 젓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전하, 우향은 사리 분별을 갖춘 사람입니다. 아마도 왕비 마마께서 무슨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우향을 살려주시지요.” “왕비는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이러는지.” 하루 만에 여러 일들이 터지자, 남궁진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들여보내라.” 안으로 들어간 조경선이 우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서 우향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남궁진은 불꽃 같은 눈빛으로 조경선을 노려보았다. “또 뭐 하는 짓이오? 우 관사를 왜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소?” “이년이 먼저 저를 하대해서 저도 똑같이 되갚아 주었을 뿐입니다. 고기반찬 하나를 요구했을 뿐인데 이년은 제 시녀인 홍난에게 가시투성이인 물고기를 손질하게 한 것도 모자라 쉰 음식을 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홍난은 독에 중독되어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렀고요. 이런 수모를 겪고도 가만있으란 말입니까?” 조경선의 말을 들은 선원주는 겸연쩍은 듯 식탁 위의 물고기국을 힐끗 쳐다보았다. 조경선도 그것을 보고는 비꼬듯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저 국이로군요. 원비의 식욕이 보통이 아니네요. 벌써 반이나 드셨구나. 저 국이 사람 목숨과 맞바꾼 것이라 해도 이리 잘 드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선원주는 벌벌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첩은 이 물고기가 홍난이 손질한 것인지 몰랐습니다. 알았더라면 절대 먹지 않았을 거예요.” 조경선이 선원주를 조롱한 것이 남궁진은 못마땅했다. “관사가 잘못했다면 그녀만 처벌하면 될 일. 여기까지 와서 소란 피우는 연유가 대체 무엇이오?” 조경선이 고개를 돌려 남궁진을 쳐다보았다. “제 지위가 원비보다 낮다고 이 안하무인이 말하더군요. 또한 자기가 원비의 사람이니 왕비인 내가 벌할 자격이 없다고도 하였고요. 이리 말하니 제가 어찌 감히 경거망동할 수 있겠습니까? 원비는 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느냐?” “전하, 소첩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거니와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품은 적도 없습니다.” 선원주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너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니 말싸움하기 싫구나. 허나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한 이년은 우리 진왕부를 예의 없고 질서 없는 곳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만에 하나 외부인, 특히 폐하와 황후 마마의 귀에 이 말이 들어간다면 황권을 우습게 본다고 전하를 탓하실 수가 있다.” 남궁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조경선을 쏘아보았다. ‘이년이 감히 폐하까지 끌어들여?’ 선원주도 입술을 깨물었다. ‘조경선이 이리 나오니 우향을 위해 나설 명분이 없구나.’ 선원주가 나서지 않자, 우향은 큰 소리로 외쳤다. “전하! 원비 마마의 신분이 미천하다며 왕비 마마께서 원비 마마의 험담을 하시는 것을 쇤네가 듣고 원비 마마를 위해 나선 것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상전을 무시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리고 쇤네가 홍난을 협박한 것이 아니오라 홍난이 스스로 자처하여 물고기를 손질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거절했다면 쇤네가 억지로 시켰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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