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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조경선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하 상궁에게 명했다. “하 상궁, 이리하는 게 어떻겠느냐? 너와 내가 함께 소매를 걷어 팔을 드러내어 고양이 발톱 자국이 누구 팔에 있는지 보는 것이. 그래서 고양이에게 해코지한 장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을 전하께 맡기자꾸나.” “마마! 여인의 팔을 함부로 드러내다니요. 이 때문에 체통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실까 두렵사옵니다.” 조경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여기 있는 유일한 사내는 오직 내 지아비뿐이다. 부부 사이에 팔을 보이는 것이 뭐가 어때서? 비판을 받아? 그렇다면 원비가 침상에서 전하를 모시는 것은 어찌 생각하느냐? 진왕부에 먹칠하는 짓이라고 할 것이냐? 하 상궁, 늙은 노비의 신분으로 팔려 왔으니 진왕부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하거늘 그까짓 팔을 보이는 것이 뭐가 문제겠느냐? 네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조경선의 조롱에 민망하여 고개를 들지 못했던 선원주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남궁진에게 기댔다. “왕비, 그만하시오.” 남궁진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엄히 꾸짖었지만, 조경선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하 상궁의 팔을 봐야겠습니다. 만약 그녀의 팔에 아무것도 없다면 고양이에게 해코지한 것을 인정하고 제 발에도 똑같이 상처를 내 영이에게 사죄하도록 하지요. 하오나 하 상궁의 팔에 할퀸 자국이 있다면 어찌 처리할 생각입니까? 전하.” 남궁진이 답하기도 전에, 하 상궁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더니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그녀가 스스로 소매를 걷어 올리자, 왼팔에는 확실히 영이가 남긴 붉은 할퀸 자국이 있었다. 남궁진의 안색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하 상궁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영이가 쇤네를 할퀸 건 사실입니다. 하오나 그것은 상처를 씻어주다가 영이가 아파서 할퀸 것입니다. 상처는 쇤네가 낸 것이 아니라고 목숨 걸고 맹세할게요.” “천한 노비 주제에 잘도 지껄여 대는구나. 네 말은 상처를 씻는 통증이 칼로 베어 상처 낸 통증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냐? 그래서 너만 할퀴고 날 할퀴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더냐?” 조경선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새하얀 팔을 드러내자, 남궁진은 그녀의 팔을 힐끗 쳐다보고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여인의 수줍음이 전혀 없으니 이를 어이할꼬.’ 그래도 하 상궁은 추호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전하, 고양이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사람을 공격합니다. 아마도 영이가 마마에 의해 상처를 입은 후 사람이 두려웠나 봅니다. 해서 쇤네가 가까이 갔을 때 오해하고 할퀴었을 것입니다. 단지 할퀸 자국만 보고 쇤네의 죄를 단정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겠사옵니까!” 조경선이 쯧쯧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물었을 때는 영이가 절대 사람을 할퀴지 않는다고 우기더니 인제 와서는 기분에 따라 할퀸다고? 앞뒤 말이 맞지 않잖아. 보아하니 뭔가 찔리는 것이 있으니 이리 나오는 것 같구나.” 선원주는 하 상궁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탄식하고서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소첩이 증언할 수 있습니다. 할퀸 상처는 하 상궁이 영이의 상처를 씻어줄 때 겁을 먹고 낸 것이 확실해요. 하 상궁도 전에 말했다시피 고양이가 소첩을 공격할까 봐 전하께서도 영이를 소첩 곁에 두게 못 하게 하셨다지요.” 그녀의 말에 조경선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원비는 내 말을 부정하는 것인가?” 그러자 선원주가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영이를 잘 관리하지 못한 소첩의 탓입니다. 영이가 먼저 처소에 침입하여 마마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소첩에게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할퀸 상처를 보고 남궁진은 잠시 흔들렸으나 선원주의 말을 들은 후, 약간의 의심이 바로 사라져 버렸다. 남궁진은 재빨리 선원주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원비는 몸이 좋지 않으니 함부로 무릎을 꿇으면 안 되오. 내가 공정한 판결을 내리겠으니 걱정하지 마시구려.” “아니옵니다, 전하. 이 일은 이쯤에서 묻어두시옵소서. 천금 같은 마마가 반려동물인 영이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서야 되겠사옵니까. 상처가 아물면 괜찮아질 것이니 더 이상 누구에게도 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사옵니다.” 그러자 남궁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경선이 먼저 거절의 뜻을 밝혔다. “참 쉽게도 말을 내뱉는구나. 너는 그리 말하고 이 일에서 빠지면 그만이지만 전하께서는 내가 범인이라고 이미 단정 지으셨다. 내 억울함은 누구에게 호소해야 한단 말이냐? 이제 와서 묻어두겠다고? 이미 늦었다.” 그녀는 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상 만물에는 모두 영혼이 깃들어있다. 물론 고양이도 사람과 마음이 통하지. 영이야, 네게 상처를 낸 흉기가 어디에 있는지 네가 알려주어야겠다. 우리를 흉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겠느냐?” 그러자 고양이가 몇 번 울어댔다. 하 상궁은 속으로 비웃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진왕비가 영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멍청하군. 고양이가 어떻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조경선이 고양이를 안으며 말했다. “낙향각으로 갑시다.” 낙향각은 선원주의 처소인지라 남궁진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왜요? 전하께서도 뭔가 찔리는 것이 있습니까? 소첩이 칼을 찾아내는 것이 그리도 두려우냐 말입니다.” “가면 될 거 아니오! 허나 찾지 못할 시에는 내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선원주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조경선의 뒤를 따랐다. 미리 사람 보내 증좌를 없앨 상황도 아닌지라 그녀는 스스로 위로하기에 바빴다. ‘고양이가 그리 신통할 리 없지.’ 정원을 지나갈 때, 조경선은 화초를 가리키며 홍난에게 말했다. “저 민들레 하나 따오너라.” 남궁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조경선을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물론 그도 귀찮아서 그 연유를 묻지는 않았다. 낙향각에 도착하자, 조경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영이가 가리킨 선원주의 방문을 열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데다 넓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조경선의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대체 누가 정실부인인지.’ 하 상궁은 긴장한 눈빛으로 영이를 쳐다보았다. 영이가 다치지 않은 앞발로 구석진 서랍을 힘껏 긁어대며 서랍을 열어젖혔다. 이에 깜짝 놀란 하 상궁이 재빨리 다가가 막으려 했지만, 조경선이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증거 인멸할 생각이라면 썩 물러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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