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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남궁진도 한 걸음 다가서 보니 과연 서랍 속에는 가늘고 긴 비수가 들어있었다. 게다가 제대로 닦지 않아서인지 칼끝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조경선의 품으로 파고들며 영이는 연신 울어댔다. 남궁진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에 복잡한 눈빛으로 조경선을 쳐다보자, 그녀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시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하 상궁이 부들부들 떨며 무릎을 꿇었다. “전하, 이 비수는 분명 왕비 마마께서 원비 마마를 모함하기 위해 몰래 여기에 놓은 것입니다. 고양이가 이런 사실을 왕비 마마께 알려줄 리가 없지요. 왕비 마마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이곳으로 오실 수 있었던 연유는 비수를 숨겨둔 곳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사료되옵니다.” “하 상궁이 원비의 총애를 받는 연유를 이제야 알 것 같구나. 끝을 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겠다, 이거지?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원비가 전하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진왕부 호위무사의 반이 원비를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어서 사람은 물론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도 들어갈 수 없는데 내가 어찌.” 조경선이 비수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칼자루 밑부분에는 ‘진’이라는 글자가 작게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조경선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보아하니 이 비수는 전하께서 원비께 주신 선물인 것 같군요. 이리 귀중한 물품을 하 상궁이 소첩의 것이라 하다니요. 소첩은 이런 것을 받을 운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 남궁진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비수를 바라보았다. ‘내가 선원주에게 준 것이 확실하구나. 하 상궁이 거짓을 고한 것인가?’ 무릎 꿇고 있던 하 상궁을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하 상궁, 이를 어찌 설명할 것이냐?” “하 상궁, 정말 너냐? 네가 어찌 이런 짓을.” 선원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토록 너를 믿었건만 어찌 이런 식으로 배신할 수 있단 말이냐?” 조경선은 차갑게 웃었다. ‘손뼉이라도 쳐주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이네.’ 선원주가 이렇게 나오자, 하 상궁은 어쩔 수 없이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땅에 엎드린 채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쇤네가 잠시 귀신에게 홀렸나 봅니다. 왕비 마마께 뺨을 맞아 원한을 품고 영이에게 해코지하였사옵니다. 마마를 모함한 죄로 쇤네는 백번 죽어 마땅하나 이 일은 원비 마마와는 무관합니다. 원비 마마의 마음씨가 순수하신 걸 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그게 아니라면 마마를 위해 간청하지도 않았겠지요. 이 모든 것은 쇤네의 잘못이니 쇤네가 혼자 다 책임지겠나이다.” 선원주도 무릎을 꿇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전하, 송구합니다. 소첩이 아랫것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서 참으로 면목 없습니다.” 조경선은 일부러 티 나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원비는 정말로 마음이 여리신가 보구나. 누명을 쓴 나도 울지 않는데 먼저 눈물을 보이다니.” 말하고 나서 그녀는 옆에 있던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전하께서 영이를 위해 공정한 판결을 내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오나 영이에게 해코지한 사람이 하 상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떤 벌을 내렸을지 소첩은 참으로 궁금하네요.” 그녀의 퉁명스러운 말에 남궁진은 난처한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는 선원주를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떤 벌을 내렸으면 좋겠소?” “조금 전 하 상궁이 자기의 짓이 아니라며 목숨까지 걸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그녀를 살려둔다면 이런 맹세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선원주의 말에 하 상궁이 통곡했다. “전하,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원비 마마를 곁에서 보필한 공로를 생각해서라도 이 늙은이의 목숨만은…” “전하!” 눈물을 머금은 채 입술을 꽉 깨문 선원주의 갈고리눈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사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조경선이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왕자기 때문에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겠지요.” 남궁진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하 상궁이 잘못한 것은 맞으나 죽을죄는 아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조금 전 전하께서는 저를 죽이려고 하셨습니다. 소첩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려 하시면서 하 상궁은 차마 죽이지 못하시네요. 하하하! 참으로 우습습니다.” 남궁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죽이지 못한단 말이더냐! 여봐라. 어서 하 상궁을 끌어내어 곤장으로 때려죽이거라.” “됐습니다.” 조경선은 무표정을 한 채 한마디 내뱉었다. “그냥 곤장 50대를 때린 후에 진왕부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이곳에 얼씬도 못 하게 하십시오.” 조경선을 바라보며 선원주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하 상궁을 살려주신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원비가 내게 해야 할 말은 감사가 아니다. 내게 누명을 씌워놓고도 어쩌면 한마디 사과조차도 없느냐?” 그제야 선원주는 고개를 숙인 채 애처롭게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소첩의 불찰이니 왕비 마마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만하면 되었다.” 남궁진이 부드럽게 말하며 그녀를 부축했다. “벌도 내렸고, 원비도 사과했으니 이 일은 이쯤에서 묻어두겠으니, 왕비도 그만하시오.” “전하,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조경선이 무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길 시에는 전하께서 좀 더 공정하게 처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매번 내게 이런 누명을 씌우니 기분이 아주 더럽군요.” 위협할 듯한 기세를 보이며 눈꼬리를 치켜올린 그녀를 남궁진은 그윽한 눈빛으로 흘끗 쳐다보았다. ‘왠지 낯설게 느껴지네. 과거와 달라도 너무 달라.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조경선은 그를 무시한 채 영이의 상처를 살피며 홍난에게 말했다. “민들레를 이리 다오.” 민들레를 받아 든 그녀는 민들레의 줄기와 잎을 비벼 진흙처럼 만든 후, 영이의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남궁진이 조경선의 손목을 꽉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뭘 하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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