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가장 비싼 게 아니라면 가장 사랑하는 것
전민우는 알고도 물었다.
“외할머니 집을 일부러 산 거예요?”
정승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가인이 곁에서 살고 싶었어요. 솔직히 가인이 집 위층이든 아래층이든 상관없었어요. 바로 옆집도 괜찮고요. 그런데 중개인이 101호에는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혼자 산다고 하더군요. 자식들도 곁에 없어서 평소에 혼자 계신다는데 그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불편해 보였어요. 그래서 먼저 중개인에게 할머니의 매도 의향과 가격을 물어봤죠. 다행히도 할머니께서 이해심이 깊으셔서요.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거래를 끝낼 수 없었을 겁니다.”
정승진의 말투에는 어떠한 비꼼도 없었지만 전민우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 오거나 따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을 사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전민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담뱃갑을 꺼내 담배 한 개비를 뽑아 입에 물려다 말고 정승진에게 내밀었다.
정승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나는 담배를 안 피워요.”
전민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정승진은 덧붙였다.
“피우세요. 난 신경 쓰지 않아요.”
전민우는 허리를 약간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에야 입을 열었다.
“다른 데 나가서 사적인 얘기를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솔직히 말해봐요. 승진 씨가 원하는 게 뭐죠?”
정승진은 소파에 똑바로 앉아 있었지만 여유로웠다. 그의 자세는 어려서부터 다져진 기품을 드러냈다.
그는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민우 씨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전민우는 피식 웃었다.
“내가 가인 씨를 몰랐다면 그래도 나랑 친구가 되고 싶었을까요?”
정승진은 거리낌 없이 답했다.
“아니요.”
전민우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승진 씨의 목적은 내가 아니라 가인 씨네요.”
“이미 확정된 사실에 가정을 덧붙일 필요는 없어요. 현실은 우리가 이렇게 만났고 나는 민우 씨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겁니다. 이제 민우 씨가 선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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