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 할머니의 집을 가로채다
회의실은 고요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는데 전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정승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전민우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전민우는 전에 아부하는 태도와는 달리 경계의 눈빛으로 물었다.
“가인 씨 남자친구라고요?”
정승진은 들키기 쉬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인이 입장에서는 내가 전 남자친구일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가인이와 이별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 가인이는 아직 내 여자친구입니다.”
전민우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이런 관점은 처음 들어보네요. 그럼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가인 씨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쪽이 동의하지 않은 거죠?”
“맞아요.”
전민우는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이 여기 온 건 사업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가인 씨 이야기를 하려는 거네요.”
정승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로 온 이상 나는 당연히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온 거죠. 그쪽이 내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냈잖아요.”
전민우는 부자도 많이 봤고 사업가도 많이 접해봤다. 하지만 정승진에게서는 보편적인 부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젊은이들처럼 금은보화를 두르고 슈퍼카를 타고 다니지도 않았다.
정승진에게서는 명품 브랜드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타고난 것 같았다.
거만한 태도가 없어서 오히려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민우는 공손하게 물었다.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교수님? 아니면 정 대표님?”
“그냥 이름 불러요.”
전민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승진 씨, 여기 우리 둘밖에 없으니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바로 할게요.”
“그래요. 먼저 말씀해 보세요.”
“저는 승진 씨처럼 돈이 많지도 않고 하이 팰리스를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에요. 가인 씨와 만난 지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가인이는 좋은 사람이죠.”
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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