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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나는 가볍게 몇 번 기침을 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짓던 이들이 나를 돌아보았고 그중에서도 송지우는 한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아린아, 벌써 이렇게 됐네. 경서 선배가 널 데려다줄 테니 먼저 가.” 나는 일부러 송지우의 주의를 끌었다. 전생에도 그녀는 같은 방식으로 나를 회피하게 했고 그래서 나는 한 번도 강도현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없었다. 더군다나 송지우가 경계하는 대상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곁에 있는 아름다운 친구들조차 강도현과 마주치지 못하게 했다. 송지우의 이런 독점적인 태도를 그녀 곁의 남자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좋아.” 송지우가 한 말이 워낙 ‘배려 깊고 다정한' 제안이었기에 이경서는 선뜻 거절하지 않았다. 강재욱 역시 살짝 미간을 좁혔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 아직 끊기지 않았어. 혼자 갈게.” 이경서가 내 쪽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도 처음부터 날 데려다줄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선을 긋자 기분이 상한 듯 얼굴이 살짝 굳었다. 어차피 그에게 친절을 베풀어도 그가 내게 관대해질 리 없었다. 그런데 강재욱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매니저에게 내 지팡이를 찾아오게 하고 손에 쥐여주었다. “보안 요원이 널 바래다줄 거야.” “응.” 이번에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그의 손에서 안내견을 찾아와야 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안내견, 내일 꼭 보내줘.” 송지우가 조급하게 다가와 말했다. “재욱아, 아린이에게 안내견을 빨리 보내줘야지. 아린이는 앞을 못 보니까 꼭 필요할 거야.” 그녀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나를 빨리 쫓아내고 싶어서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송지우가 직접 나서면 강재욱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대로 강재욱은 살짝 입술을 움직이더니 결국 말했다. “내일 보내줄게.” 나는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보안 요원이 내 곁에서 길을 안내했고 회관을 벗어나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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