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어느 학교인데요?”
“해성대학교요.”
“타요. 바래다줄게요. 잠시 회사에 들를 건데 마침 같은 방향이네요.”
순간 당황했다. 강도현이 먼저 나서서 나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그의 회사로 가려면 해성대를 지나야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지라 나는 감사 인사를 건네고 차에 올라탔다.
그의 무릎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는데 업무를 보고 있던 듯, 그는 화면 속 데이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토록 몰두한 채로 어떻게 내 존재를 알아본 걸까.
“괜찮습니다.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는데 십 분도 안 걸릴 거예요. 기다려줄 수 있겠어요?”
“네.”
말을 마치자마자 강도현이 내게 외투 하나를 내밀었다.
“옷이 찢어졌더군요. 가리고 있어요.”
그제야 깨달았다. 한복 치마가 찢어져 있었는데 찢어진 틈으로 허벅지 깊숙한 곳까지 보였다.
분명 화장실 칸 안에서 강재욱이 일부러 찢어놓았을 것이고 그 상태로 계속 움직이면서 틈이 점점 벌어진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경서를 상대하느라 긴장한 나머지, 내 옷이 이렇게 망가진 줄도 몰랐다.
나는 서둘러 외투를 받아 다리 위에 덮었다.
“드라이한 후 돌려드릴게요.”
강도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아린 씨는 내가 결벽증 말기라고 생각하나 보죠?”
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굳어졌다. 송지우는 그가 심각한 결벽증이라고 했었다. 전생에서 그녀가 강도현의 옷깃을 잡았을 때 그는 그 옷을 바로 버렸다고 한다. 송지우는 그 일을 두고 강재욱에게 계속 불평했었고 그때 강재욱 역시 ‘삼촌은 심각한 결벽증이야’라고 했었다.
“그냥 제가 사용한 거니 세탁해서 돌려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입이에요.”
강도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농담입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나는 긴장한 적 없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농담은 전혀 웃기지 않았고 오히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타고난 상위층이었고 강재욱과 이경서조차 그 앞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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