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나는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채용 조건상 내가 앨런에게 업무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가끔 생활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알았다는 한마디를 보낸 후 앨런 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는 나에게 그의 카톡을 추가하고 일이 있으면 연락하기 쉽도록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라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곧 그의 카톡을 추가하고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했다.
이걸 다 한 후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한 봉지 먹고 택시를 타고 바로 갔다.
약 30분 후에 나는 앨런이 말한 주소에 도착했다.
웨이터에게 룸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는데 문이 열리자 술에 만취한 고서준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가려는데 앨런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앨런이 물었다.
“안나, 그 사람 봤어요? 수고해 줘요. 내 사촌 동생인데 내가 방금 작업을 할 때 바에서 나한테 전화를 해 데려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지금 갈 수 없어요. 나는 경성시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안나가 생각났어요. 그 자식이 안나를 너를 너무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월말에 보너스를 더 넣어 줄게요.”
앨런의 말은 듣기가 어색하고 어순도 흐트러졌다.
소파에 엎드려 있는 고서준을 돌아보며 나는 입가까지 나온 말을 도로 삼켰다.
“무사히 집에 모실게요.”
앨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
종업원이 이미 물러간 것을 발견한 나는 룸 안의 조명을 전부 켜 놓았다.
불빛이 너무 눈 부셔서 고서준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끄라고 말하고는 다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며 그가 술에 취해 돌아올 때마다 머리가 아팠던 것을 떠올렸다. 순간 나는 어떻게 하면 그를 더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탁자 위에 에어컨 리모컨이 놓여 있었는데 나는 내가 입은 옷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서 그를 감기에 걸리게 할 생각을 단념했다.
나는 다가가 다리를 들어 고서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일어나. 고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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