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정말 아팠는지 고서준은 손을 놓았고 나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반 시간 후 차는 고서준의 집 문 앞에 도착했다.
나는 고서준을 차에서 끄집어냈는데 그의 무게를 통째로 감당하는 것 같았다.
병이 나은지 얼마 안 되어 그의 몸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나는 그를 부축해서 두 걸음 걸었을 뿐인데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이 휘청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예상했던 통증이 오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어찌된 일인지 나와 고서준의 위치가 바뀌어 그가 바닥에 넘어졌다.
그의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은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눈을 뜨고 얼른 그의 몸에서 일어났다.
“괜찮아?”
고서준은 뒤통수를 누르며 말했다.
“아파.”
방금 ‘쿵’ 소리가 나던데 머리를 부딪쳐 난 소리였을까?
나는 쪼그리고 앉아 그를 부축했다.
“아파? 멍들었어?”
물으면서 나는 그의 뒤통수를 검사했는데 피는 흐르지 않았어도 심하게 부었다.
내가 손으로 다치기만 해도 고서준은 아파서 숨을 몰아쉬었다.
“헉!”
깜짝 놀란 나는 얼른 고서준을 부축했다.
“빨리 일어나. 병원에 가야 해.”
나의 손목을 잡은 고서준은 내가 안심할 수 있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그냥 얼음으로 찜질하면 돼.”
고집불통인 고서준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고서준은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나더러 문을 열라고 했다.
“비번은 767676이야.”
76은 나의 생일 숫자였다.
‘고서준이 왜 나의 생일로 비번을 설정했을까?’
나는 헛된 생각을 떨쳐버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나는 뒤로 물러섰다.
“이미 집으로 데려다줬으니 여자친구가 널 돌봐줄 거야. 나 먼저 갈게.”
말을 마치고 돌아설 무렵 고서준은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넘어졌다.
나는 재빨리 그를 부축하였고 고서준은 몸을 반쯤 나에게로 기댔다.
“여긴 내 집이야. 이지현은 여기에 없어.”
설명하듯 말하던 고서준은 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밀치며 방으로 들어갔다.
멍을 때리던 그때 화장실에서 구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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