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장
내 말이 고서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주변 기운이 갑자기 무겁게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점점 커지며 나는 그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더듬었다.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리자마자 고서준이 내 뒤에서 몸을 밀착시켰다.
그의 넓고 따뜻한 가슴이 내 등 뒤로 닿았고 그 온기는 묘하게도 사람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는 그가 싫다.
“고서준...”
“거짓말쟁이!”
고서준이 내 말을 끊으며 문손잡이에 올려있던 내 손등을 덮었다.
“너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번 생은 나만 좋아할 거라고도 했잖아.”
...
“너 분명히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고서준의 목소리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운함과 슬픔이 담겨 있었고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는 상처받은 듯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달빛에 비친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인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잠시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새벽 네 시였다.
다시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서 억지로 두 시간을 버티다 보니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젯밤 연회가 끝난 후 성 대표가 내게 말했다.
“내 위치까지 올라오면 억지로 얻은 것은 별로 흥미롭지 않지. 그래서 네가 주동적으로 날 원하길 바래.”
하지만 나는 평생 고서준과만 사랑을 했기에 남자들의 속내를 쉽게 추측할 수 없었다.
하여 성 대표의 갑작스러운 소유욕이 우스워 보였다.
다행히 나는 당분간 안전해졌으니 이제 김정태와 맞설 시간이 더 생긴 셈이었다.
오전 10시 30분 두 번째 수업을 마치고 어제 약속한 사설탐정을 만나러 갔다.
사실 내 목표는 간단했다. 할머니가 어디 계신지 알아내고 가능하다면 김정태를 약점 잡을 수 있는 자료를 찾아 그를 제압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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